초록.
안정감 있고 싱그러운, 여러모로 매력적인 색이다. 하지만 서양권에서는 유독 독이나 괴물 같은 부정적인 상징으로 자주 쓰이는데, 그 이유를 알고 나면 초록이 더욱 흥미롭게 느껴진다.
18~19세기 유럽에서는 '셀레 그린(Scheele’s Green)'이라는 색이 대유행했다. 새로운 녹색 염료의 등장에 사람들은 매료되었고, 그림뿐만 아니라 벽지, 옷, 화장품, 심지어 식용 색소로까지 사용되었다. 게다가, 이 염료를 사용하면 해충과 쥐가 원인 모르게 죽어나갔기에, 사람들은 이를 일석이조라 여겼다. 하지만 그 이유는 염료의 주성분인 비소에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소 중독으로 사람들까지 희생되었고, 19세기 말에 이 색의 위험성이 밝혀지면서 '침묵의 살인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 이야기를 알고 나면 초록이 전과는 달리 보인다. 이면을 발견했을 때, 한층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