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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약점과 단점

선생님, 저예요. 잘 지내고 계시죠. 날이 추워지면 선생님이 떠올라요.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어서요. 남들은 학교 선생님께 연락하더군요. 저는 선생님이 먼저 생각나네요. 아마 제 인생의 첫 멘토셔서 그런가 봐요.

선생님은 저를 학원에서 만나 모르실 텐데요. 전 학교생활을 성실히 한 학생이 아니었어요. ‘게으른 완벽주의자’. 저를 표현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말이 있을까요. 누군가 그러더군요. 하고 싶은 것만 하는 아이. 잔꾀만 부리고 노력은 안 한다고요. 맞는 말이었어요. 도전이 두려웠거든요. 잘하는 것만 하고 싶었고요. 낯설고 복잡한 건 싫었죠. 글쓰기가 그랬어요. 전 제 글이 못났다고 생각했어요. 학교에서 상을 준다는 백일장이 열려도 백지로 제출할 정도였죠.

투박하고 촌스러운 글. 그런 제 글을 선생님께서는 잘 썼다고 칭찬하시더라고요. 그 칭찬 한마디가 울림으로 다가온 건 자기실현적 암시였을까요. 익숙한 것만 찾던 제가 문장을 한 줄씩 적게 됐어요. 그렇게 쓴 문장들이 모이니 하나의 글이 완성되더라고요. 그 글은 일기일 때도, 수필일 때도, 논문일 때도 있었죠. 이젠 타인을 위로하거나 설득할 수 있는 신비한 약도 된답니다. 아이러니하면서도 인생 길게 볼 일이죠. 글쓰기를 누구보다 싫어했던 열아홉의 제가요. 20대가 되어 글을 쓰고 있네요.

선생님은 저를 늘 자랑스러워하시죠. 하지만 아직 전 부끄럼 많은 어른인 듯해요. 정신은 그대론데 몸만 큰 성인이 된 것 같아요. 글은 쓰지만 편한 것만 찾는 건 여전하죠. 그래도 선생님의 칭찬 한마디로 나름의 발전 방향은 궁리하고 있어요. 글쓰기 모임을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죠. 쓰던 글만 쓰지 말자고요. 새로운 배움을 향해 나아가자고요. 오늘 벌써 두 번째 글쓰기 모임에 참여했어요. 단문으로 글을 써야 했는데요. 관성 탓인지 역시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새로운 글을 하나씩 쓰다 보면, 언젠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늘 존경하고 감사한 선생님. 부치지 못한 편지지만 언젠가 이런 마음이 전달됐으면 합니다. 나중에 고향에 가거든 맛있는 밥 한끼 사드리고 싶어요. 이전에 다 하지 못했던 단테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요. 그때까지 건강하게 계시길 바랄게요.

고맙습니다.

(5.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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