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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34세 앤드류. 그는 여친을 밥 먹듯이 바꿨다.

오늘은 조금 특별한 여자와 만난다.
분위기 좋은 식당을 예약했다.
아끼는 셔츠를 입고 공들여 머리를 넘겼다.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와 경직된 표정.
자리에 앉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여자의 표정은 확인할 겨를이 없다.
너에게 할 말은..

무거운 공기를 조성해놓고
그 말을 뱉는데는 단 25초면 충분했다.
‘사랑해’

책임감을 요구하는 말에 예의라도 갖추듯 온갖 무게를 잡았지만. 사실은 사랑꾼 행세였다. 실속없는 마음이었다.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에 취해 사랑을 해야하는 그런 부류.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여자의 생각.
‘대체 왜? 어디서? 그런 기류는 흐르지 않았는데.‘
어이가 없어서 눈깔이 뒤집힌다. 괜히 억울하다. 이용당한 것 같다. 내가 장난감이냐.

그렇다. 꼭 그녀일 필요는 없었다.
가치를 잃어버린 단어 앞에서 그녀는 정체를 드러낸다.
‘나도 사실 네가 누군지 몰라.’
전원 버튼이 꺼지듯 둘의 관계는 그렇게 방전.
물을 끼얹은 듯 싱거워진 연극.

남자도 사실 알고 있었다. 상대 배우가 매번 바뀌는 연극이었다는 걸.
만남과 헤어짐의 무의미한 반복. 자신은 누구보다 외로운 사람이란 걸.

(3.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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