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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3

너에게 편지를 남겨. 이건 다시없을 노래, 기억에서 사라질 순간에 관한 거야.

꽤 오래전에 너를 발견했어. 너는 그날을 잘못된 처음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말이야. 너에게는 발소리가 나지 않았어. 나는 네 발이 꼭 시린 물속에서 나온 것 같다고 생각했지. 내가 알지 못하는 너의 수많은 발자국을 떠올렸고 그때부터 나는 질문이 많은 사람이 되었어.

종종 너를 기다렸어. 커피를 내리는 동안 새까만 시간이 흘렀고 그때의 침묵은 새벽을 덮을 만큼 고요했어. 까닭 모를 마음으로 가장 큰 잔을 골라 네 몫을 따르곤 했어. 그거 아니. 너를 안으면 네가 싣고 온 바람 냄새가 났고 거기에는 늘 계산 없는 마음이 안개처럼 떠다녔다는 거. 나는 종종 숲에 가는 꿈을 꿨어. 그렇게 손가락 마디를 짚다보면 그 끝은 네가 온 곳일 거라고 생각했어.

먼지 위로 지문이 쌓였고 나는, 진짜 그곳을 다녀왔다고 착각해버린거야. 너의 생활에 내 자리는 영영 없다고, 네가 다짐처럼 선언한 뒤부터 나는 뭐라도 하지 않을 수 없었어. 거짓말을 엮었고, 오해하려 들었고, 지나치게 솔직해지기도 했어. 어째서 너는 처음과 같은 눈으로만 나를 바라볼까. 묻지 못하는 질문만 늘어갔지.

이제는 알아. 내가 기다리던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라 네가 여기로 오던 너의 시간이기도 하지. 드디어 너에 대한 오독을 멈춘 거야.

내가 동경한 네 숲은 아름다운 이끼와 무성한 초록이, 누구에게도 닿지 않은 신선한 공기로 가득하겠지. 오래 머물렀으면 해. 너의 삶을 지탱하는 것들이 네가 되어서 비로소 자유로워졌으면 해. 진심이야.

모든 문장들은 아무곳에서 아무렇게나 사라질거야. 죽은 고백은 이제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4.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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