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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고백>
꽤 오래전 너를 발견했어. 네가 잘못된 처음이라고 말한 그날 말이야.
너에게는 발소리가 나지 않았어. 네 발이 꼭 시린 물속에서 나온 것 같다고 생각했지.
문득 내가 알지 못하는 너의 수많은 발자국을 떠올렸고 그때부터 나는 질문이 많은 사람이 되었어.
종종 너를 기다렸어. 까닭 모를 마음으로 가장 큰 잔을 골라 네 몫의 커피를 따르곤 했지.
너와 나는 각자가 이해한 세상을 꽤나 좋아했던 것 같아.
우리인 적 없는 너와 나는 이끼가 되기도 했고 레몬이 되기도 했어.
볼에 별을 쏟거나 우물에 포도주를 모조리 부어버린 적도 있었고.
흔적이 늘면서 어떤 때에는 밤과 새벽 사이가 전부인 것처럼 진동하기도 하더라.
네 숲에 가는 꿈을 꿨어. 나는 맨발로 달리는 사람이었고 끝이 보이지 않았지.
그렇게 손가락 마디를 짚다 보면 마지막은 네가 온 곳일 거라고 생각했어.
혹시가 아니라 아마도 그럴 거라고, 달리면서 생각했지.
어느 날의 나는, 진짜 그곳에 도달했다고 착각해버린 거야.
내 감정 중 하나는 너도 마주 했을 거라고 생각했어.
사실대로 이야기해서 미안해.
이곳은 누구의 자리도 아니라고, 새까만 것으로 온몸을 칠한 사람처럼 네가 선언했지.
어째서 너는 처음과 같은 표정으로만 나를 바라볼까. 묻지 못할 질문만 늘어났어.
이제는 알아. 내가 기다리던 시간은 나의 것이 아니라 네가 여기로 오던 너의 시간이기도 하지.
드디어, 너에 대한 오독을 멈춘 거야 나는.
아무 곳에서 아무렇게나 사라질 마음들이야.
출처 잃은 것들은 죄가 없다고 말하면 이해해주겠니.
너에게 편지를 남겨.
너의 삶을 지탱하는 것들이 네가 되어서 비로소 자유로워졌으면 해. 진심이야.
이제 죽은 고백은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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