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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시를 써보다가 '구절은 시가 낳는 것'이라는 말때문에 쓰다 고치다를 반복하다가, 오늘은 시 쓰기를 포기하고 넋두리를 늘어놓기로 합니다.

행복이란 어렵네요.
'~으면 좋겠다.'가 마침내 이루어졌을 때 느끼는 것도 행복은 아닌 듯합니다. 반대로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발견하게 되는 무언가가 행복의 조각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행복이라는 단어를 한참 들여다 보니 왠지 불행해지는 기분이 드는건 단순히 기분탓인 걸까요, 아니면 행복하지 않아서인 걸까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어
부끄럽고 나쁜 시라도 일단은 마무리해 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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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화의 온도

언 바람이 야박하게도 분다
마른 옷깃을 여며도
목덜미엔 냉기가 가득하고
소름은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아직 소원은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어느 쪽으로 몸을 뉘여도
까슬한 모래가 입에 들어왔다
황폐한 껍질은 아무 것도 막아줄 수 없다

한때는 만월의 손끝으로 기다림을 빚던 날도 있었다
지나친 성장통 끝에
죗값보다 큰 대가를 치렀어도
섣달그믐의 봉숭아꽃물을 고대하던 때가 있었다

언뜻 머리맡에 온기가 머문다
당신은 구겨진 갈기를 쓰다듬으며

보잘 것 없는 날들을 칭찬한다
자꾸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이토록 고른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잊었던 방향을 되짚어본다
꽃 피우라며 모두가 녹아내린다
얼마나 만개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3.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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