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인들은 대문 앞 바다를 보고 참 푸르더랬다.
그들은 장롱 속에 오래도록 박아두어 필름에 곰팡이가 피었을 것 만 같은 자동식 카메라를 들고 느린 물살을 이리저리 찍어댔다.
몇몇 사람들은 썬글라스를 올리고 눈을 찌푸리며 이 바다를 평생 보면 눈이 멀어버릴 거라고 말했다.
그들이 들고 오는 낡은 카메라도, 조잡한 셀카봉도, 두도 가는 테이크아웃 커피 컵도 진절머리가 났다.
모두들 떠나고 마을만 남으면, 바다는 검어졌다.
마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처럼, 그러나 무엇도 가지지 않을 것처럼 검어졌다.
열일곱의 나는 그 아래 괴물이 살 거라고 여겼다.
흐물흐물한 손짓으로 유인해서 다가가면, 긴 촉수로 내 목을 감아버리는 생명체에 대해 자주 떠올렸다.
연이 한 밤 중에 나를 불러 키스했을 때도 눈을 빗겨 떴다.
완전히 뜨자니 입술 너머의 검은 바다가 비쳤고, 완전히 감자니 캄캄한 앞이 드없이 깊었다.
상대의 재촉에 눈을 꾹 감을 때면 나는 익사했다.
매끄러운 연의 혀는 마치 심해의 촉수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도 날이 밝으면 바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볼을 붉히다 곧 이내 푸르게 웃어 보이는 것이었다.
외지인의 셔터 소리가 분주하게 움직일수록 파도는 점점 더디게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