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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라웃
저는 우선, 이 샤라웃이라는 주제에 대한 샤라웃을 해볼까 합니다. 제게 있어 ‘샤라웃’이란 단어는 존경심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그 존경은 사랑의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샤라웃에 비교의식을 넣자니, 도저히 제 성미에 맞지 않아 ‘나 자신을 샤라웃해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제가 경쟁이란 키워드에 대해 편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포츠맨십, 서로 존경하고, 존중하며 경쟁하는 태도. 좋은 경쟁이 분명히 있겠지요. 그리고 크리스 님께서 어떤 의도로 이 주제를 선정하셨는지, 어렴풋이 알긴 알기에 저도 감히, 누군가를 샤라웃하고자 합니다. 제 샤라웃엔 ‘당신의 글이 너무 좋아요!’라는 뜻이 있으니 알아주세요.
‘사랑하니까 경쟁하고 싶어요.’
다소 오글거리고 진부한, 청춘만화 (에 실릴 수 있겠습니까…?)에 나올 것 같은 대사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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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잠겨가고 있다. 촉촉하고, 굵지도 얇지도 않게, 내리는 것처럼. 물, 물이 되고 있다. 이 순간 생명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어머니가 된 듯한 기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비가 그쳐가는 오후 3시.
젖는다면 필시, 짙어진다. 풍경의 색과 향이 짙어지고 있다. 나 또한 그들처럼, 세상에 ‘나’를 선명히 보여준다. 자유롭다. 우리가 가장 큰 울음소리를 낼 수 있는, 갓 태어난 아기 때처럼 말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축복이라 불리는 그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그런 순간을 빚어낸 사람이 있을까. 있다면 사랑에 빠지겠지. 나에게 없는 것에 끌리는 것일지도. 내 앞에 아기같은 연인이 있었으면, 내게 그 생기를 온전히 주었으면 좋겠다. 못난 욕심이네. 하지만 당신은 강인한 사랑을 가지고 있으니까, 세상의 숫자에 굴복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순수함은 빛나다 못해 세상을 밝히겠다. 그 증거로, 이미 내겐 그들의 잔상이 남았어.
비를 막는 우산과 같은 행위, 거짓말. 감기에 걸리고 싶지 않은 마음, 이해한다. 누군가의 선의에 우산이 씌워진다면, 나는 감사하고 말 것이다. 세상 사람이 다 그렇지. 그렇지만 집에선 우산을 접는다. 우산은 영원할 수 없어. 이제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사람들은 우산을 챙긴다. 거짓말도, 언제나 우리가 챙기지. 하늘의 색은 중요하지 않고, 우리는 언제나.
어쨌든 건강한 것은, 모두가 바라는 일이니까. 감기 걸린 환자들은 빨리 낫길 바라지, 지속되길 원하지 않아. 그럼에도 나는 비를 맞고 싶다. 독하게 콜록대더라도.
내 연인이 우산을 씌워준다면, 나는 울어버리고 말 것이다. 이유 없는 강제라면, 너무나도 속상하니까. 하지만 나는 우산 아래서 너를 안는다. 이게 바로 사랑의 모순이다. 나는 그토록 싫어하는 너의 행위를 안아준다. 잘했다며, 아주 잘했다며- 고맙다고, 너 없으면 어쩔 뻔 했냐고 토닥여준다. 집에 가면 나 혼자 생각하겠지. 우산 아래 포옹은 정말이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고. 한껏 울면서 말이야.
<원문>
비가 촉촉하게 흙을 적시는 오후, 너무 굵지도 얇지도 않 게 고요히 나는 잠겨있다. 축축히 내려앉은 공기와 빗소리에 난 마치 물이 되어 그들과 함께 생명을 기를 수 있을 것만 같다. 비가 온 뒤의 세상, 그 하루를 나는 좋아한다.
젖은 풀내음과 흙향이 숨을 편안하게 만든다. 평소에 가 슴이 턱 막히는 순간들이 잊혀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새 롭게 씻겨져 태어난 모든 것들만큼 달콤하고 생기 있는 것들이 있을까. 씻겨진 것들이 아침 햇살에도 물을 머금으며 증발하고 있을 때, 그때가 나는 좋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 또한 비 내린 다음날과 같다. 갓 태어난 것만 같은 순수하고 생기가 넘치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하기 어렵거나 못하는 것들을 쉽게 해서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든 생기를 얻어 흡수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들 정도로 생생함을 좋아하고 원한다. 그것은 나이와는 관련 없이 그 사람만이 줄 수 있는 에너지 그 자체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 절망과 고통에도 사랑하겠다는 결심. 그런 것들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밝힌다고 나는 믿는다.
내가 싫어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선의의 거짓말? 뭐 필요할 수도 있다. 누가 거짓말을 하든 실은 내 관심 밖이다.
싫다고 해도 어차피 이 세상은 거짓말 없이 돌아갈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거짓말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거짓말을 내뱉는 자신의 입마저 이제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도 구분하지 못할 상황까지 온다. 아니, 정확하는 알면서도 철저히 외면하며 진실을 왜곡하고 꾸민다. 그것들이 익숙해지는 순간, 자신의 존재 또한 꾸며진 허상이 된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그렇다. 매력적이며 손쉬운 것은 리스크가 높다. 거짓말의 리스크를 정확히 파악하고 감내한다면 그나마 결과가 성공적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거짓으로 이룬 성취가 누군가에게는 감옥이 아닌 달콤한 행복이 될지도 모른다. 그것이 허상이라도 전혀 개의치 않을 수 있다. 감옥 속에서도 웃음만 지으면, 그곳이 천국 아니겠는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거짓말은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에서 흘러나오는 거짓말이다. 그 목적과 이유가 타당하지 않는다면, 나는 끝내 무너지고 말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거짓말은 멈출 수 없는 폭포와 같다. 터져 나오는 진실이 나에게로 떨어져 숨을 앗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랑한 만큼 쏟아진 슬픔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 또한 사랑이다. 누가 나에게 미련하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그래서 아름답지 않은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깊이를 알려주는 것이. 정말 아름답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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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했다 또 한 번 자존감이 깎였습니다. 물론 제가 봐도 엉망인 글이었으나, 투표 결과가 영 좋지 않으니 기분이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모각글을 포기할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자주 가는 바 사장님이 ‘중간에 포기하는 것과 끝까지 가서 알아채는 것은 다르다’며 조언해 주시더군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글을 씁니다. 글은 뗄 수 없으니까, 더 좋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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