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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해가 능선을 타고 넘었다. 해안에서, 산맥으로. 그 짠내를 함께 넘겼다. 석양의 마지막 작열과. 시간에 졸여진 소금. 그 바람의 흔적을 보냈다.
짠물의 무늬를 보았다. 노을을 받아낸 염전 바닥. 흰 눈꽃은 붉은 결정체로. 그렇게 존재했다. 눈꽃이 노을을 흔들었다. 그 흔적을 담았다.
"찰칵."
수평선과 지평선. 경계가 모호했다. 새는 편대로 비행했다. 모호한 경계를 그었다. 새떼가 울었다. 울음이 멀찍이 닿았다. 부서지는 파도가 받았고. 능선이 받았다. 메아리를 만들어 건넸다. 날이 저무는 소리. 그것이 땅까지 닿았다. 짐승의 얼굴은 붉었다.
"찰칵."
담아내고 싶었다. 날선 긴장 때문인지. 사로잡힌 욕망 때문인지. 새가 울어서인지. 그의 얼굴도 붉었다.
"후. '찰나'다. '찰나'."
실수는 없다. 찢어진 가죽 가방. 반틈 열린 지퍼. 손을 죽, 넣어 뒤적거렸다. 만져지는 기색이 없다. '후'하고 한숨. '지이익'. 지퍼를 열었다.
"정리 좀 할걸."
렌즈 탈거. 망원 렌즈를 꺼냈다. 재장착. 조리개를 당겼다. 렌즈는 목표물을 향했다. '찰나'의 성질은 제한이다. 그렇기에 날카롭다.
작열하는 석양. 바람의 흔적. 결정. 모호한 경계. 편대로 비행하는 새떼. 붉은 얼굴의 짐승.
작열하는 석양. 바람의 흔적. 결정. 모호한 경계. 편대로 비행하는 새떼. 붉은 얼굴의 짐승.
그는 반복해서 되내었다.
무언가에 쫓기듯.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욕망은 과녁을 그렸다. 과녁에 자신이 덧대졌다. 셔터를 누르는 횟수. 딱 그만큼. 활시위를 당겼고. 화살촉이 날았다. 화살촉에 피부가 패였다. 패여 부푼 고름을 몰랐다. 다려입은 셔츠. 내복이 삐져나왔다. 그 남루한 사실도 몰랐다.
렌즈를 겨눴다. 바다와 숲으로 겨눴다. 총을 쥐듯 겨눴다. 격발. 확인. 격발. 확인. 그러나. 바다에는 파도가 없었다. 산에도 나무가 없었다. 새도. 땅짐승도 없었다.
'찰나'의 성질은 제한이다.
그의 눈 앞이 뿌옇다. 시선이 닿는 곳. 해무가 자욱했다. 습한 염전의 쩐내. 코를 찔러왔다. 소금도 물기를 빨았다. 질척거리는 염전. 파리가 어슬렁거렸다. 발의 무좀이 올라왔다. 꾹. 꾹. 신발 위를 신발로 밟았다. 혀 끝이 말라갔다. 시뻘건 얼굴이 진해졌다.
"찰칵."
•••
새는 바람의 흔적을 탔다. 모호한 경계를 그었고. 울음은 멀리 퍼졌다.
•••
가질 수 없는 것. 담아낼 수 없는 것.
욕심과 빈 주머니.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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