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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내기
연애는 구매 행위와 비슷하다. 충동적일 때도 있고, 고르고 고를 때도 있다. 거창한 결심과 다르게 후회하기도 한다. 가계부를 쓰고 신용카드를 잘라도 견물하니 생심한다. 눈에 보이는 것을 가지면 다른 삶을 살 것 같다. 연애의 이치란 이와 같다.
채워지지 않는가. 사도 사도, 확인해도 확인해도 부족하다면 소비 습관을 점검할 때다. 세고 있지는 않는지, 호르몬에 중독된 건 아닌지 말이다.
돈은 벌 거나 아끼면 되지만 마음은 그러지 못한다. 사랑을 전제한 인내는 금방 한도에 도달한다. 딜레마에 빠진다. 무한정 받고 싶은 마음을 숨긴 채 먼저 주려 해도 원천이 없다. 좌절할 필요는 없다. 건강한 연애니, 안정형 애착유형이니, 그런 게 쉬웠다면 그 많은 관련 서적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스탕달의 에세이 「연애론」에서 연애는 염광과 같다고 한다. 동굴에 나뭇가지를 넣어두면 소금 결정이 맺혀 샹들리에처럼 빛난다.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결정 필터를 입혀 상대를 반짝이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문제는 실상 나뭇가지라는 것이다. 누구든 일개 인간이다. 궁극적으로 누군가를 채워줄 수도, 누군가에 의해 채워질 수도 없다. 연애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신용을 맡기고 미래를 꿈꾸는 일은 그만두고,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한다. 대출과 할부에서 거리를 두고 잔고를 바라본다. 그러모았던 환상을 내려놓는다.
다시 시작하자. 내 한계 효용을 알면, 구원 서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에게 갚아주고 싶었던 애정의 빚을 상대에게 떠넘기지 않기로 한다. 현재 쓸 수 있는 마음을 가늠해본다. 살기 위해 사랑하기도 하지만, 사랑을 하기 위해 살 수도 있다고 마음을 굳게 먹는다. 두 번의 파산 신청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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