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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2

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면서
늘 마시던 플라스틱 통에 담긴 우유를 마시려 했는데,
그날 유독 뚜껑이 안 열렸습니다.

한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뚜껑을 열어보지만 실패로 끝났고,
아무도 저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좀 민망해져서, 자리를 옮긴 다음에 다시 시도했습니다.

또 실패했습니다.

이빨로 깔까… 라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어떤 아주머니께서 "열어줄까?" 하고 다가오셨어요.

진짜 도저히 무리였어서 "네…" 하고 드렸습니다.
그리고 아주머니도 실패하셨어요.
본드칠을 해놨나…

그런데 아주머니께서 우유를 들고
모르는 아저씨한테 가셨습니다(???)

모르는 아주머니는 모르는 아저씨에게 뚜껑 열어달라고 해서,
열어주셨습니다.

싱긍벙글 열었다며 저한테 건네주셨어요.

어리둥절하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으니
아저씨께서 제가 딸이냐고 여쭸습니다.

"아니요…"

웃으시는 두 분.

그렇게 두 분께 꾸벅 꾸벅 감사 인사를 드렸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남 신경 쓰지 않고 팍팍한 세상에서,
이렇게 모르는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주는 거.

그 친절을 받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됩니다.
짧은 순간이었고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니지만,
굉장히 좋았던 기억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행운이 될 수 있기를,
친절을 잃지 말아야겠다 싶습니다.

(3.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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