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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3

"당신 생애 가장 최초의 기억은 무엇인가요?"
나는 이 질문을 인터넷에서 처음 발견했다. 심리 상담에서 종종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한다. 첫 기억을 통해서 현재의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첫 기억이 실제로 첫 기억인지,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는 이 흥미로운 질문을 알게 된 후 한동안 만나는 친구들에게 첫 기억에 대해 물어보곤 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이 들려준 첫 기억은 놀랍게도 친구들의 성격, 성향, 진로를 비슷하게 내포하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만날 때마다 늘 노래방에 가는 친구가 있었는데 걔의 첫 기억이 부모님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기억이었다. 어릴 때 첫 기억이 현재에 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현재 상태가 첫 기억을 떠올리는 데 영향을 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꽤 재미있는 대화주제였다. 그러나 그 당시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던 나의 첫 기억은 어떻게 해석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유치원인가 어린이집인가 내 첫 기억은 그곳에 있었다. 그날은 부모님이 와서 함께 수업을 하는 날이었는지, 아버지가 교실에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나무공예를 하고 있다. 목공풀을 써서 나무로 된 새장을 함께 만들었다(그 새장은 지금도 집에 있다). 즐거웠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차를 타고 집에 왔다. 우리집은 3층에 있고 4층이 옥상이었는데, 열쇠로 집 문을 여는데 옥상에서 푸드덕 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올라가보니 옥상으로 향하는 통로 끝에 달린 창문에 참새 한 마리가 갇혀 있었다. 그때 기분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아버지는 잽싸게 창문에 걸린 참새를 잡아 우리가 만들었던 나무새장에 넣었다. 참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 첫 기억을 다시 떠올려보며 글을 쓰는데, 참새가 왠지 '행운'의 상징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행운을 타고난 아이라고... 그런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왜 자꾸 이런 생각이 드는 건지, 새장에 갇혔던 참새가 왠지 내 모습 같다는.

(4.9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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