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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온 세상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는가? 반대로 세상이 나를 도와서 하는 일마다 잘 풀린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가?
혹은, 세상 모든 일이 내 노력에 의해 100% 결정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마 대부분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이 비율은 차이가 있겠지만, 분명 세상 모든 일에 ‘운’은 특정 비율 개입한다. 사소하게는 학생 때 시험을 찍어서 맞히는 것부터, 성인이 되어서는 내가 산 주식의 회사가 어느날 갑자기 폭망하는 것 까지.
좀 더 극단적인 예시도 있다. 길을 가다 번개를 맞았는데, 그때 마침 어린 아들과 손을 잡고 있어서 전기에너지가 두 사람에게 나뉘어 전달된 덕분에(?) 두 사람 모두 살 수 있었다는 사례도 들어본 적 있다. 이 경우는 운이 좋다고 해야할까 나쁘다고 해야할까?
뭐가 되었든 우리는 살아가면서 ’운’을 무시할 수는 없다. 운을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해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이 글에서 공유하고 싶은 운에 대한 나의 생각은, “행운은 불가항력적인 흐름”이라는 것이다.
무슨 종교같은 얘기인가 싶겠지만, 끝까지 읽어봐주면 좋겠다! 사주에서 '대운'(大運)은 10년 동안의 운의 흐름을 말한다. 현대 과학에서 이러한 사주의 개념은 부정당하고 있지만, 이에 관해서 우리는 우선 현대과학의 발전 양상을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어느 시대든 그 시대의 최신 기술을 사용하며 과학이 참 많이 발전했다고 느끼지만, 그것은 새로운 기술에 의해 곧 대체되어왔다. 2010년 쯔음에 처음 스마트폰이 나타났을 때를 떠올려보시라. 당시에는 세상에 이런 혁명이 있을수가 있나 싶었지만, 지금 그 스마트폰을 사용하라 하면 다들 성능이 구리다며 답답해 죽을 것이다.
테크쪽 말고, 물리학같은 순수 과학의 영역은 더 심하다. 천동설이 지동설로 대체되는 순간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당연히 눈에 보이는대로 태양과 달이 매일 우리 주위를 빙글빙글 돈다고 믿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당연히 지구는 평평하다고 믿었지만, 이도 사실이 아니었다.
이처럼 현대과학은 지금은 정말 혁신적이고 무조건 사실인 것 같아보여도, 언젠가 도래할 새로운 Paradigm에 의해 “대변혁”을 거치게 될 것이다. 즉 다시 말해서, 현대과학은 한편으로는 인류 최고의 학문의 결정체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언제든 뿌리채 뽑힐 수 있는 불완전한 존재라고 볼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미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한 과학은, '대운'과 같이 지금은 비논리적이라고 치부되는 개념들을 아름답게 설명할 수 있는 자연의 원리를 발견해낼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현대의 과학이 특정 개념을 부정한다고 해서 우리도 무작정 부정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 다시, 사실로 증명될지 아니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나름 흥미로운 분야인 사주 얘기로 잠깐 다시 돌아가보자!
사주에서 대운(10년운)과 세운(1년운)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참 희망적인 이야기다. 지금 일이 잘 안풀린다면, 그건 당신의 잘못이라기 보단 아직 행운의 흐름이 오시지 않은 것뿐이니까!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누구나 살아가면서 ‘불운의 흐름‘과 ‘행운의 흐름‘이 있고, 현재 어떤 흐름 속에 있느냐에 따라 주위 환경(온 세상)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때도, 혹은 자신을 도울 때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앞에서 언급했듯 이 행운의 흐름은 “불가항력적”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불가항력적인 행운의 흐름이 나를 찾아오면, 주위 환경이 내게 도움되도록 바뀐다는 것이다.
나의 예시를 하나 들어보겠다. 나는 연구 능력을 갖추고 싶어서 여러 교수님 중 한분께 연구 인턴 신청을 했는데, 교수님께서 선뜻 오라 하셨다. 교수님께서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할애하여 가르쳐주신 덕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반면 대충 가르쳐주고 보내거나, 잡일만 많이 시키는 교수님을 만난 친구들도 있었다. 좋은 교수님을 비롯한 나의 연구실 환경은 내게는 정말 큰 행운이었다. 또한, 나의 연구에 대한 열정과 노력 역시 환경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시 나는 유럽 여행을 위한 돈이 필요해서 연구 실적 발표 때 상금을 타고 싶었다. 정리해보면, '유럽 여행에 대한 나의 꿈'이라는 좋은 환경 덕분에 나는 연구에 열정을 가질 수 있었고, 그 결과 교수님께서 나를 열정적으로 도와주시는 다른 '좋은 환경'이라는 행운의 흐름이 생겨난 것이다.
내가 연구 인턴에서 떨어졌다면? 교수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짜증만 내는 상황이었다면? 내가 돈이 풍족하여 절박함이 없었다면? 가족들이 연구하지 말고 돈을 더 벌 수 있는 길로 가는게 어떻냐고 했다면? 나는 '연구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고, 그것에 신청하는 행동도 했지만, 끝끝내 지금의 성취를 이루지는 못했지 않을까?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의 예시도 참고해보자. 워런 버핏은 자기 인생 최고의 행운은 자신이 태어난 날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자신이 미국에서 중산층 백인으로 태어났기에 원하는 바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담이긴 하지만,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다시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미국에서 낳으라고 설득할 것이라는 유머도 곁들였다.
행운에 대하 또 하나 느낀 것은, 이 행운이 가져다주는 좋은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타인의 선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의 사례에서 훌륭하신 교수님이 내게 주신 선의처럼.
나의 다른 예시를 하나 들어보자면, 최근에 살을 빼고 싶다고 생각만 하고 번번이 실패해왔었다. 하지만 이 힘든 다이어트에도 행운의 흐름이 시작된 것일까, 친구가 러닝 모임에 나오라며 선뜻 불러주었다. 아직 숨을 헉헉대며 뒤쫓아가기 바쁘지만, 그래도 내게 선의를 베풀어줘서 참 고맙다. 러닝화를 사고 싶다는 생각도 했는데, 마침 아빠가 주말에 사준다 하셨다. 타인의 선의에 의해 좋은 환경이 갖추어진 것이다.
운칠기삼이라는 사실이 슬프기도 하지만, 위로도 된다. 능력이 없는 것 같다고? 능력을 갖추기 위한 환경과 행운이 아직 당신을 찾아오지 않은 것이다!
(15.1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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