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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침대 오른쪽 행거에는 외투 그 옆에는 바지가 걸려있다. 그 외 속옷 양말은 침대 밑 서랍 어딘가에 박혀있다. 눈은 떠지지 않지만 일어나서 먼저 속옷을 입고 양말을 신는다. 그리고 옷들을 입은 다음 문 옆에 서있는 막대기를 오른손에 쥐고 문고리에 팻말을 목에건다. 오늘은 유난히 공기가 차가우니 목도리도 걸치고 집을 나선다. 나서자마자 오른쪽으로 돌아서 1057보 앞 횡단보도를 건너 352보를 걸으면 유동인구가 제일 많은 광장앞에 자리를 잡고 오늘도 구걸을 한다.
시간이 지나니 태양이 뜨거워지고 비도 오지 않는 걸 보니 좋은 날씨겠구나 하지만 벌이는 평소보다 시원치 않다. 누군가 내게 또각또각 다가와 팻말을 집어든다. 서걱서걱 팻말에 새로운 말을 쓰고있다. 누굴까 싶어 신발을 잡아보니 구두였다. 아마도 여성용 구두이니 여성이겠지 구두의 색은 빨간색일 것이다. 내게 5초이상 시간을 할애한 사람은 드물다. 장난치는건지 선의인지 모르지만 일단 감사하다는 인사를 보냈다. 이 사람은 도깨비인가 귀신인가 갔다온 이후 갑자기 사람들이 너도나도 돈을 주기 시작한다 나에게. 그 사람이 적은 문구가 무언가를 바꿨다. 그 말이 참 궁금하다.
익숙한 또각또각 소리에 신발을 만져보니 그녀였다. 물어봤다 팻말에 무슨 짓을 한건지 대답을 들으니 성별은 여성이 확실하다. 그녀는 다른 말로 같은 의미를 적었다고 대답했다. 더이상의 말은 물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팻말을 평생 나의 도움말로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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