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리듬 훔치기
죽겠다. 또 시작이다. 머리 속 티비들이 안테나를 잡으며 하나 둘 다시 켜진다. 이 미칠 것 같은 티비의 잡음, 통일되지 않은 주제로 나오는 화면은 나의 눈깔을 지지직거리는 화면처럼 떨리게 만들고 나의 심장을 팔팔 끓는 냄비처럼 만든다. 미치겠다.
바빠 죽겠다. 꼭 이런 시기에 이런다. 이럴 때면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끊어버린 나의 약이 생각난다. 디룩디룩 살이 찌고 몽롱하며 세상에 별 관심이 없어지지만, 그 약을 챙겨 먹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이 귀신같이 알아채 눈썹을 잔뜩 내리며 다가와 내 눈동자가 너무 떨린단다. 재미있지.
언제까지 이럴까? 평생이란다. 미각 빼고는 모든 감각이 과민하여 특정 감각들은 나에게 통증처럼 다가온다. 주변 사람과 나 자신까지 힘들 정도로 짜증을 달고 살았는데, 이는 감각 처리에 과부하가 걸려 에러가 난 것이며 상황에 맞지 않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산출이 된 것이라고 혼자 추측한다. 그런데 예민과 섬세의 차이는 뭘까?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