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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훔치기
한번쯤 사주를 믿어볼만한 이유
타로 5천원, 인생 총운 사주 3-5만원, 신점 5만원
대게 내 인생을 점치는데 필요한 돈이다.
나는 종종 사주를 본다. 이맘 때쯤이면 더욱 사주를 보고 싶은 욕구가 든다. 새해가 다가오니까.
얼마 전, 인터넷으로 옷을 샀다. 이번주 주말에 결혼식을 가야되는데 축사를 할 수 있는 영광을 얻었다. 이것 참, 신경은 써야되는데 또 엄청 꾸민티를 내자니 촌스럽고 적당한 선을 지킬 수 있는 원피스를 고심 끝에 골랐다. 9만원.
결혼식 14일 전, 옷을 받고 입어봤더니 사이즈 미스다. 몸을 옷에 우겨넣어봤지만 꽉 끼는 것은 둘째치고 잠기질 않는다.
그래 교환하자. 그리고 애초에 넉넉한 폼으로 사서 내 몸에 맞게끔 맞춤 수선을 해버리는거야. 나는 앞으로 5년 정도는 하반기 결혼식에 질리도록 이 옷만 닳을 때까지 입어버리는거야. 원피스는 그렇게 왔던 길을 되돌아 갔다. 교환비 6천원.
결혼식 8일 전, 문제는 주말이 낀 것이였다. 새로 교환한 옷이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쇼핑몰 게시판에 글만 4개를 썼는데, 아마 블랙컨슈머가 되었을 수도 있겠다. 옷이 없냐고? 옷장엔 옷이 미어터진다. 단지 내가 ”이번주“ 결혼식에 입고 싶은 옷이 없을 뿐.
결혼식 5일 전, 드디어 왔다. 웃길 정도로 큰 옷이 말이다. 적당히 줄여서 맞춰입으려 했더니 적당히는 무슨 대공사다.
괜찮아. 잘하는 수선집은 미리 찾아놨거든. 수선집으로 향하는 내내, 문득 궁금해졌다. 원피스 대공사는 과연 얼마정도 할까. 인터넷엔 온통 수선이 생각보다 비싸서 수선을 안하고 새로운 옷을 샀다는 사람이 수두룩했다. 큰일이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대충 정보를 집약해서 내린 수선비의 적정항 가격은 4-5만원정도. 그래, 백화점보다 싸다.
정말 대공사였다. 수선집에서 나는, 약 15개정도의 바늘에 찔려야했다. 수선집 아주머니께서는ㅌ본인은 하루에 100번도 더 찔린다 하시며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런데 하필 애매하다. 6만원, 5만원도 아닌, 6만원이 나왔다. 다시 옷을 교환할 시간은 애초에 없고 새로운 옷을 사러갈 시간은 더 없다. 선불을 지불하고 택시는 사치라며 타지 않고 집까지 터덜터덜 걸어갔다. 총 지불 15만원.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걸린다. 사실 나는 내년 예식을 앞두고 있어 지금보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이어트를 하고 들어가야될텐데. 지금 내 몸에 맞춤 수선을 한 옷은 정말, 이번주 하루를 위한 옷 같았기 때문이다. 내 결혼식도 아닌데 말이야.
그때 머리를 스치는 하나의 생각이 있었다.
‘내가 신년을 앞두고 사주를 봤었나?’
다행이다. 아직 보지 않았다.
그럼, ”사주 봤다 치자.”
사주 보면 5만원은 그냥 소비되는데 실물로 남는 것도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멍청한 비용을 지불한 것 같지만, 원피스 하나라도 건지지 않았나. 아무것도 남지 않는 점치는 비용으로 원피스를 남겼다며 으스대기 시작했다.
‘그래, 이번 신년 사주는 내가 점친다. 나는 잘된다. 너는 결국 이 말이 듣고 싶은거 아니냐.‘
깔끔했다. 소비에 박해진 내가, 정신승리하는 법을 깨우쳤다. 그 뒤로, 그 돈이 더이상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나를 보며 이 꿀팁을 추천하고 싶어졌다.
대신, 이 방법은 장벽이 있다. ‘사주가 흥미롭다. 사주를 절반이라도 믿는다. 사주를 보러다닌다. 내 가치와 다른 곳에 소비한다. 사주를 봤다 친다.’
사주에 관심이 있어야, 이 일련의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한번쯤 사주를 믿어볼만 하다. 소비에서 자기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얻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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