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리듬 훔치기

연애 불구. 실패한 연애. 또 반복인가 싶다. 잡힌 손목. 뿌리치지 못한다. "갈 거니까 놔라." 엄포를 놓는다. "놓으라고 했다." 소매를 당긴다. 뿌리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힘의 차이. 내 손목은 반 줌도 안 된다. 반대편 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는다. 손 한쪽은 잡히고 나머지 한쪽은 스스로 잡았다. 시작되는 줄다리기. 힘으론 이길 수 없는 줄다리기다. 눈빛으로 제압하는 방법을 택한다. 최대한 뾰족하게 째려본다. 철판도 지져버질 것 같은 눈빛을 쏘아보낸다. 저쪽에서 답신이 온다. 애원에 가까운 눈빛. 찢어진 눈도 애원하는 데에는 상대가 안 된다. 못 이길 것 같을 땐 피하는 게 상책이다. 철저히 외면한다. 눈싸움은 졌다. 하지만 티내지 않는다. 다시 시작된 줄다리기. 이제 손목에 피가 안 통한다. 치트키를 쓸 시간이다. "놓으라고. 아프다고." 스르르하고 손목이 해방된다. 이때를 놓치면 안 된다. 바로 당겨야 이긴다. 문을 열어재끼고 지긋지긋한 연애에서 탈출한다. 탈출한다고 끝나지 않는다. 뒤따라오는 다급한 발소리. 가까워진다. 이 싸움이 오늘 안에 끝날까 싶다. 계속 끌려갈 것인가. 나에게 보내는 물음표. 발소리가 가깝다. 느려진 발소리. 내 걸음에 맞춰 따라온다. 뛸까. 나에게 보내는 두 번째 물음표. 물음표. 다시 물음표.

(3.2매)

5

0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