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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훔치기
재수도 없다. 왜 하필. 내 옆 테이블 익숙한 목소리. 그는 내가 여기 있는 걸 모른다. 젠장. 이런 사이였다. 그와 나는. 흔히들 썸이라 말하곤 하는. 과거에 흐지부지하게 끝났던 인연. 차였던 걸지도. 자꾸 들린다. 그의 이야기. 다 내가 들었던 이야기. 이제는 다른 사람 앞에서 하고 있는 그 이야기. 열 받는다. 열이 받아? 내가 열 받아도 되는가? 우리는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데? 뭘 하려고 했는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눈에 안 들어온다. 그냥 듣는다. 그가 뭐라고 하는지. 나도 안 듣고 싶다 이 말이다. 그가 뭐라고 지껄이든지 이제 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런데 들린다 이 말이다. 귀를 막아본다. 안 들으려고. 인간적으로 이건 너무 가깝다. 자리를 뜨기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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