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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훔치기
"선생님!" 익숙한 목소리. A는 휙 고개를 돌렸다. "어.. 어어???! 민섭아? 이게 얼마 만이야". 5년 전 담당했던 비행 청소년이 A의 뒤에 서있었다. "선생님 잘 지냈어요?". 피식 웃는다. A는 그 모습이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너는 잘 지냈니? 진짜 오래간만이다, 아 너 이제 몇 살이냐?". "저 대학교 갔어요!" 민섭이는 A가 복지관에 근무할 때 직원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아이다. A는 가벼운 대화를 이으려 하면서 머릿속에선 계속해서 그때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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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어디에도. 학교 간다더니 사라졌다. 민섭이를 만날 만한 주변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린다. 모른단다. 늘 이랬다. 매번 놓친다. '내일은 학교에 가겠다고 약속했으면서...' 부글거리는 속을 진정시키며 일단 겉옷을 챙겨 입었다. 작은 동네다. 몇 군데가 생각났다. 반은 포기한 듯한 직원들을 뒤로하고 무작정 가보기로 했다. A가 유독 적극적인 것은 입사 첫날부터 청소년을 담당해 아이들에게 남들과 다른 애착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되뇌었다. '아이들은 잘못 없어, 그 뒤의 어른들이 문제야'. 평생 신조처럼 여겨왔던 문장이었다. "민섭... 아?" 구석에서 보이는 웅크린 모습이 어쩐지 민섭이 같았다.
유독 추운 날. 둘은 상담실에 마주 앉았다. A는 더 궁금한 것들을 뒤로한 채 종이를 넘겼다. 상사가 준비해 준 뻔하고 짧은 문장이 적힌 질문지였다. '후.' 한숨을 삼켰다. "선생님도 어차피 떠날 거잖아요 나한테 관심 끄세요" 매서웠다. 민섭이의 머릿속을 열어볼 수 있다면 열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A는 한마디 한마디를 꺼낼 때마다 머릿속에서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상처 주지 않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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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사회복지학과 다니고 있어요, 근데 아직 고민돼서 다른 과도 복수전공을 하려고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회복지학라고? A는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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