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샤라웃
여기는 제주. 요 며칠 이곳에서 많은 걸 했다. 설산도 오르고 맛있는 음식과 술도 즐겼다. 아늑한 숙소에서 힘을 쭉 뺀 채 종일 누워있기도 하고 속에 있는 이야기도 많이 털어냈다.
좀 쉬는 게 어때?
이곳으로 나를 끌고 온 친구가 여기 오기 전 내게 했던 말이다. 해녀가 꿈이었던 나의 정신적 지주. 친구는 내가 좀 달라진 것 같다 했다. 달라졌다니. 그 말을 듣자, 머릿속이 새까매졌다. 어둠이 몰려왔다. 왜 이럴까? 나는 달라지기 전 내 모습이 좀 더 좋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는 '행복하다'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고 다녔기 때문에. 행복이 차고 넘쳐서 겉으로 드러날 만큼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런 내게 행복의 비결을 물어 올 만큼. 인정하기 싫은 거다. 그건 과거고, 난 이제 과거의 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친구의 말이 맞다. 나를 챙기는 일에 실패했다. 올해는 나를 찾는 사람이 많았다. 어떻게 그런 행운이 내게 왔는지 믿을 수 없을 만큼. 찾아온 행운들에 부응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그 행운을 온전히 즐기지도 못했다. 게다가 나는 쉬는 일에는 젬병이다. 언제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 누군가 알아 주지 않는 이상 나는 휴식이 필요한 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고민은 이어졌다. 그래서 친구가 내게 다시 근황을 물어왔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누가 나한테 행복하냐고 물으면 고개를 끄덕이긴 해. 그런데 좀 찝찝하다? 수시로 행복하다고 말하던 과거의 감각이 지금의 나한테는 없거든. 지금의 난 음... 뭐랄까. 좋긴 좋아. 그냥저냥... 만족스러운 상태?
그러자 친구가 말한다.
어쩌면 그 고민은 과거의 그 시절을 행복이라고 정의해버려서 오는 거 아닐까? 그래서 그 시절과 같지 않으면 행복이 아니게 된 거야. 행복의 모양이 하나뿐이라면 금세 질릴지도 모르지. 그리곤 언젠가 그것마저 행복이 아니게 되는... 그냥 우리 맘대로 온갖 걸 행복이라고 부르면 안되나? 아, 행복에 '그렇다'와 '아니다'라는 단어는 떼서 던져버리고 다양한 단어들을 붙이는 거야. 대화, 인사, 별, 구름, 떡볶이, 막걸리 같은 시시하고 콜콜한 것들 전부.
(5.3매)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