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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다
농도(濃度,concentration)
어떤 단어에 매료되어 하루 종일 생각할 때면 세상이 더, 더! 집중하라고 말하듯 주변에서 그 단어가 자꾸 들리고 보인다. 최근 나를 사로잡은 단어는 ’농도‘이다. 양주 와인 커피 향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다루는 매개에서 의미하는 농도에 대해 강조하고, 새로운 인연과 시간의 농도를 논하며, 자신의 공간을 운영하는 친구는 대화의 농도를 말한다.
이런 시기가 오면 습관적으로 그 단어에 대해 검색하고, 여러 뜻들을 한자어와 영어로 찾아본다(좀 벗어난 이야기지만 한자 사전에서 농도의 도자가 내 이름에 들어가는 법도도 와 똑같아서 뭔가 기분이 좋았음). 사전에서의 농도는 한자로 濃 짙을 (농)+度 정도 (도), 영어로는 집중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되는 concentration이었다. 이렇게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사용되는 ’농도‘의 개념이 신기하다.
사전에서 ’농도‘의 의미는 액체의 진함과 묽은 정도/어떤 성질이나 성분이 깃들어 있는 정도/빛깔이나 명암 따위의 짙음이 나 옅음 정도를 말할 때 사용하는 단어라고 한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농도의 의미는 2번째다.
나에게 ’농도‘는 주로 감정이나 시간의 질에 대한 의미로 다가온다. ’농도 짙은 대화‘, ’높은 농도의 시간‘처럼 말이다. 겉으로 보여주고 전혀 내가 깃들지 않은 대화가 아닌 우리와 너와 내가 깊이 깃든 대화 그리고 진심을 다해 보내는 시간들. 그것들이 짙고 높은 농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객들이 왜 전문 과정을 운영하지 않는지 자주 묻는다. 흔히 ’귀찮아서‘, ’게을러서‘라며 얼버무리곤 했다. 하지만 사실, 내게는 ’농도‘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지금도 그렇고. 나도 알고 다들 안다. 일단 해보면 되고 하면 잘할 것이라는 것을. 그러나 내 분야에서 내가 진정으로 높은 ’농도‘를 지니고 있는지, 오랜 부향률을 가지고 지속력이 높은 농도로 오랜 시간 지속될 가치를, 배우러 온 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꼭 오픈하겠다고 기다리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말했는데,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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