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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1984>
바로 그때 열려있던 창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닫혔다. 바람이 오갈때마다 창문은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오래된 경첩이 기분 나쁜 쇳소리를 더했다. Y는 자신의 방에서 편지를 쓰고 있었다. 그녀에게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밤새 고민했지만 적당한 문장이 찾아지지 않았다. 뜨겁게 요동치는 심장을 꺼내 직접 보여줄 수 있다면. Y는 자신이 이 정도로 강렬한 감정에 사로잡힐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지식인의 이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자부심으로 생각하던 그였다. 그녀를 보자마자 Y는 이유도 없이 불타올랐다. 쩔쩔매며 그녀의 사랑을 열망하게 된 무력한 자신을 발견하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애타게 이름을 부르듯 펜을 꼭꼭 눌러 그녀의 이름을 적고 나자 Y는 더이상 어떤 것도 쓸 수 없었다. 글에 막힌 적이 없었던 그가 그녀의 이름을 앞에 두고 한글자도 더 써내려 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동안 정신을 놓고 멍하니 앉아 있던 그에게 어떤 소리가 들렸다. Y는 방문을 열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걸어 내려갔다. 창문을 닫으며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때 그는 어떤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였다. 그녀가 그의 집 정원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Y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그녀는 살풋 미소를 보이기까지 했다. 그녀의 미소에 그는 완전히 얼어버렸다. 그녀가 그의 시선에서 사라지자 비로소 정신을 차린 그는 현관을 향해 뛰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는 현관문을 힘주어 활짝 열었다. 그는 그녀가 서있었던 곳을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Y는 정원을 뛰어다니며 살폈지만 그 어디에서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도대체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그가 본것은 환영이었을까.
"안녕하세요."
그의 뒤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Y는 뒤돌아 섰다. 그녀였다.
"약속도 없이 방문드려서... 꼭 직접 물어봐야 할 것이 있었어요."
Y는 그녀를 별채로 안내했다.
"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녀가 그를 직접 찾아왔다는 사실을 Y는 믿을 수 없었다. 바람소리가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는 묘한 흥분을 느끼며 그녀 앞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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