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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거북한 꿈에서 깨어나면서, 자신이 침대에서 괴물 같은 벌레로 바뀐 것을 발견했다. 나뭇가지 같은 팔다리와 몸통에 부푼 털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질끈 감았다. 아직 꿈에서 깨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레고르는 몸을 움직였다. 일어나려고 각자 움직이는 여덟 개의 다리에 힘을 줘봤지만, 침대를 밀쳐내기엔 무리였다. 그레고르는 순식간에 모든 것이 버거웠다. 끝없는 천장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하찮게 작아지고, 세상이 괴물의 덩치처럼 커진 것을 깨달았다.
그레고르는 다시 눈을 감았다. 같은 꿈을 꿀 심상이었다. 이왕 될 거면 크고 위협적인 벌레나 되려고, 몸이 가벼울 거면 날개나 달려 날아가 버리랴고. 가진 것이 없는 건 인간일 때나 벌레일 때나 다를 바 없었다. 자신을 쓸데없다고 여기던 날이 머릿속에 스쳤다. 원망스러운 얼굴이 하나둘 떠다녔다. 그들에게 향했던 저주가 방향을 잘못 찾은 건가 싶었다. 그렇다 한들, 시간을 되돌린다 한들 그레고르는 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는 방법을 몰랐다.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소리가 들렸다. 방문과 창문은 모두 닫혀있었다.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서류 가방을 건넸고, 현관문이 열렸다. 그레고르는 소리로 알 수 있었다. 현관이 열리자, 사과나무 이파리가 사부작대는 소리, 저 멀리 마차 발굽 소리가 들렸다.
하마터면 기뻐할 뻔했다.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레고르는 항상 궁금했다. 말수가 없는 아버지가, 항상 엄격한 얼굴의 어머니가, 곧잘 웃음을 짓는 동생이 자신이 없는 곳에서 어떤 대화를 나눌지 궁금했다. 그레고르는 매사 불안감을 느껴 상대를 가만두지 못하고, 상대가 자신을 싫어할까봐 다시 불안해 했다. 몇 달 전에 그레고르를 버티지 못한 연인은 파혼해달라고 애걸복걸했다. 회사에서도 잘린 지도 벌써 몇 년째다. 그런데도 가족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레고르는 그들이 자신을 짐스러워할 것이 분명하다고 여겼다. 혹은 전 연인처럼, 사장처럼 떠나라고 사정할지도 모른다. 그레고르는 벌레가 되었다는 사실보다 속내를 알 수 있게 되었음에 마음이 쏠렸다. 지긋지긋한 불안의 그물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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