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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시계는 오차도 없다. 식사를 마치고 숟가락을 내려 놓자마자 멋지게 울린다. 오늘따라 웅장하다.
비비적 거리며 옷을 한번 훑었다. 꼬리표처럼 붙어있는 빨간색 이름표. 처음 들어올 때가 생각난다. 겉은 무언가 해탈한 사람의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나의 속은 검은피로 가득했다. 15살 무렵, 가출해 세상에 던져져 마구 뒹굴었다. 이미 몸과 마음은 더렵혀졌는데 먼지 하나 더 붙는게 무엇이 무서우리. 더 열심히 뒹굴었다. 무식하게도 애석하게도 살아졌다. 교도관들은 내 먹잇감이였다. 내 빨간 딱지는 그럴 때 쓰인다. 나 안무섭냐. 으스대기 딱 좋았지. 사람들의 우러러 보는 시선이 즐거웠지. 미친놈. 자책한다. 더 미친놈. 후회하기엔 부족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면서.

그래 죽기 직전, 무엇을 제일 하고 싶냐고? 아들과 밥 한번 먹고 싶다. 죄 짓고 돌아온 아버지에게 국물이 찰랑거리는 라면 하나 끓여주던 놈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알아도 내 새끼는 내 죄를 모르기를. 그거 하나 때문에 평생을 도망쳐다녔는데. 들통나서 이제 라면은 죽어서도 못먹겠네.

이 편지 쓰느라 남은 삶, 30분 중 10분이나 써버렸다. 남은 시간에는 아들의 얼굴이나 그리며 마지막 눈물을 흘려보려 한다. 눈물이 빗물이 되어 이 더러운 세상 조금이라도 씻겨져 내려가길 바래본다. 잡히기 전 외쳤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미래에도 내 외침은 여전할까?

  • 1984년 어느 사형수 일기-
(3.7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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