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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논리로 설득될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이 말은,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방시혁의장과 박진영PD가 '유퀴즈 온 더 블럭' 에 나와서 했던 이야기 중 일부이다.

20년 전, 방시혁은 질문했다.
"형, 사람이 논리로 설득이 돼?"
"바보야? 왜 안돼? 당연히 되지"
라고 박진영이 어이없어 하며 대답했다고 한다.

그에 대해 방시혁은 아래와 같이 반박했다.
"논리로 설득되느냐 안 되느냐 이전에 사람이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이 어디까지냐가 문제다. 불가지론 입장에서 보면 사람의 경험으로 사물의 본질을 알 수 없다. 사실 사람은 내 밖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 수가 없다. 사람은 각자의 세계에서만 옳다고 여긴다. 사람은 모두 다 다른 세계를 가지고 있다. 논리는 숫자에만 말이 된다. 특정한 사실을 말하는 언어를 제외하면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것에 대해 자신의 말을 아무리 논리적으로 말을 해도 그것은 말하는 사람에게만 옳은 것이 된다."
이 말은 오래도록 박진영 마음에 남았고 20년 뒤, 방시혁이 옳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고 한다.

해당 이야기의 울림은 나에게도 깊게 전해졌다. 나는 꽤나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어릴 적 동생은 부모님께 무언가 설득하고 싶을 때 꼭 나를 찾았다. 재수없지만 비약한 논리를 들이미는 사람들은 상대 하기도 싫었다. 고작 저거가지고 우기는 거야. 비웃기도 했다. 15vs1로 싸운 적도 있다. 아, 몸싸움 말고 말싸움. 마지막에 내가 원하는 것을 기필코 가졌을 때 나는 또 슬쩍 웃었다. 15명이서 머리를 맞댄 것이 고작 저 논리라니, 답답해서 복창이 터질 것 같네. 나는 또 이겼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둘의 이야기를 들으니 충격이였다. 내가 보고 있는 동그란 의자가 남에게도 동그란 의자일까? 나는 절대 타인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은 한평생을 살아도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보고 있는 사물조차도 나에게만 둥근데. 보이지도 않는 각자의 생각을 논리로 이기려든다니. 아무리 논리로 이기려고 해봤자, 각자에게만 옳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결국, 상대방을 논리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논쟁을 피하는 것. 나는 오래도록 오만했구나. 부끄러웠다.

지금 이 미션도 마찬가지다.
생각을 뒤집어, 정확한 주장과 근거로 상대를 설득하라 하였으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나의 세계에서만 먹힐 뿐이다.

(6.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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