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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글쓰기가 하기 어렵다 생각하지만 사실 글은 대부분 헛소리다.
'사람들은 흔히 A가 B라고 생각한다'부터 난제다.
사람들이? 보편적인, 그게 어떤 사람인지.
흔히? 얼마나 흔히, 99%가 확신해야 하는지.
사실? 절대 변하지 않고, 누구나 끄덕거려야 할지.

긍정적인 관념어를 몇 가지 떠올린다. 사랑이, 희망이, 안정감은…. 지옥이다? 잔뜩 부풀었다가는 갑자기 놓쳐 사방으로 튀거나 펑 터질 것이다. 다들 겪어봤을 테니 설득할 필요가 없다. 문장 몇 가지를 꾸려본다 한들 난다긴다하는 고전에서 다 활용되었을 것 같다.
부정적인 관념어를 풀어볼 생각도 했다. 좌절이, 슬픔은, 이기가…. 사랑스럽다? 한쪽 면으로 날을 세우는 상황을 설정하기 어렵다. 과장이 필요할 것이고 억지가 대동할 것이다. 설득하지 못할 설득을 시작하고 싶지 않다.

과제로 받았으니 잘하고 싶다. 그리하여 해온 과제를 복기해본다. 다른 이들의 글을 읽다 보면 달라 보이려 용쓴 글이라도 비슷한 글이나 메시지가 있기 마련이었다. 조금 힘 빠지면서 재밌었다. 달라지고 싶어 봤자, 별다를 수 없구나.
각자 다르다고 한다. 개성이 있고, 결이 다르다고. 비슷한 사람이 모이면 편하다고, 비슷한 일을 하는, 생각을 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지겨워진다. 신선한 생각이 필요하고, 다른 세상을 알고 싶어진다.
한 발짝만 더 멀어지면, A가 B로 가고 B가 A로 간다. 갈 것도 없이 A가 B고 B가 A기도 하고, 그렇다고 C가 아닌 것도 아니고, D가 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평범하다고 주눅이 드는 사람들에게는 너만의 개성이 있다고 북돋는다. 자신만 별난 것 같다고 외로워하는 사람에게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위로한다. 무난해서 혹은 특이해서 가질 수 있는 장점을 꼽아줄 수도 있다. 이 모든 말이 보편적일 수도, 이질적일 수도 있다.
상황을 세분화하지 않고 대충 버무리는 태도를 건방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상관없다거나 모른다고 대답하면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고 하고 싶다. 평소 다른 사람 머릿속을 궁금해하고 남의 마음을 가늠하고 감히 겉넘어 판단하면서, 막상 다들 생각하는 어떤 것을 말하며 뒤집을만한 과감함 따위 없다. 비겁하게 모르겠다는 말을 길게 쓰면서 고작 끄적이게 된 문장은,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는...
사람들은 흔히 글쓰기가 어렵다 생각하지만 사실 글은, 적어도 내가 쓴 글은, 대부분 헛소리다.

(6.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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