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뒤집기

울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슬프고 감동적인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도 그렇고, 심하게 아플 때 혹은 누군가로부터 상처를 받았을 때가 그렇다. 그뿐이겠나. 미치도록 화가 날 때, 내 마음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 온몸이 저릿하게 기쁜 순간에도 울고 싶어진다. 언제부턴가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모든 일들을 다 제쳐두고 해야 할 일 1순위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눈물을 참는 일이다. 나도 모르게 눈에 힘을 주는 걸 시작으로 얼굴의 모든 부분과 몸 전체에 기합이 들어간다. 주먹도 꽉 쥐고. 그러면 코 끝이 찡해진다. 얼굴에 열이 확 오른다. 조금이라도 힘을 풀어버리면 눈물이 흐르고 울음소리가 흘러나올 것 같다. 흘러나오려는 모든 것을 욱여넣느라 분주하다. 괜히 어색한 웃음을 보이기도 한다. 눈물의 이유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

눈물뿐만이 아니다. 나의 좌절, 분노, 나약함. 그런 것들은 어쩐지 보여 주기가 어렵다. 두렵기 때문이다. 살아온 세월만큼 단단해지지 못한 자신을 증명하는 행위 같다. 뭣도 없는 사람인 걸 들킬 것 같고, 그렇게 상대와 멀어질 것만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면면들을 주고받은 사람들과 더 가까워졌다. 정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를 떠올려 보면 알 것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약한 모습을 얼마나 많이 보여 줬는지. 그걸 알면서도 매번 새롭게 어렵다. 그래서 나는 약한 걸 내 비출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정말 강하다고 느낀다. 온갖 두려움을 이겨내고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근사하기만 한 사람에게는 왠지 끌리지 않는다.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안아 주는 내 모습이 그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근사하기만 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약한 모습을 보이면 상대가 나에게서 멀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까워진다.

(4.5매)

2

0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