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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흔히 떡볶이를 잘 안 먹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좋아한다. 남자라고 뭐 다를 것이 있겠나. 학교 앞 분식집을 기억해보시라. 주둥이에 떡볶이 국물을 묻힌 것이 여자 아이뿐이냐. 정의의 여신 '디케'의 저울이 떠오른다. 저울은 비등비등하다. 중독을 부르는 벌건 양념은 평등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동일한 잣대로 재단한다.

그렇다면 왜. 반월당역 주변의 신전 떡볶이를 채운 성별은 대개 여성인가. 왜 남자들은 벌건 그것과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가. 왜 여자와 동행하지 않는다면 문을 열기가 망설여진단 말인가.

아- 중독적인 그것이여. 왜. 대체 왜! 남자 단 '둘'이서 분식집에 가는 것이 부끄럽고, 묘하게 낯설어진 것입니까!

남자들도 분명 잘 먹는다. 남자친구와 분식집을 가보았는가. 상상해보시라. 대개 잘 먹을거다. 다시 말하겠다. 유년 시절부터 빨간 양념에 잘- 길들여진 유전자는 특별한 트리거가 없다면 대개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나는 떡볶이를 잘 먹는다. 일단 이름도 귀엽다. 발음은 [떡뽀끼], 진짜 짜증나게 귀엽다. 곁들일 튀김도 신중하게 고른다(나는 보통 오징어). 게다가 국물에 튀김옷을 다 적실 것이냐, 반만 적실 것이냐도 중요하다. 국물이 자작하게 졸기 때문.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이 남았다.

바로, "치즈를 올릴 것인가."

전반적인 흐름이라는 것이 있다. 국물을 눅진하고 부드럽게 중화시킬 것이냐. 처음부터 끝까지 칼칼하고, 매콤하게 버텨낼 것이냐. 이걸 고민하지 않는다면, 글 읽기를 멈춰주시길 바란다.

남자들도 좋아한다. 같이 좀 먹어줘라. 근데 진짜 왜 그럴까요. 여러분.

(4.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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