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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의 순간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모든 것이 지긋지긋했다. 그뿐이다. 그래서 그냥 죽으려 했다. 이 삶에 더는 기대하는 게 없어서. 언젠가부터 모든 것이 나와 관계없이 느껴졌다. 그 어떤 일도 나의 감정을 동요하게 하는 건 없었다. 그러니까 나쁜 일이 있어서 죽는 건 아니란 말이다. 나쁜 감정에 휘말려서 홧김에 죽는 것도 아니고. 그냥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그래서 죽으려는 거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게 나쁜 건가? 태어나는 일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했다. 태어나서 살았다. 그럼 떠나는 날 정도는 내가 선택할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왜 안 죽어졌는지 모르겠다. 뛰어내렸는데 여기다. 퇴근길 지하철 안. 혹시 죽어서 여기인 건가. 여기가 죽음 이후의 세계인가. 그런데 왜 하필 퇴근길 지하철 안이지? 20분 정도의 내 퇴근길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겹다. 죽으면 다 끝인 줄 알았는데. 혹시 여기서도 죽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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