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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II
두 문장 정도 읽었을 때였을까요. 어렴풋이 남아 있던 슬픔이 차올랐습니다.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때론 긴 기사보다 짧은 제목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오늘도 세 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언젠가 본 신문 1면 제목이 떠올랐습니다. 역시나 맞았습니다. 그 지면엔 퇴근하지 못한 '故 김용균'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떨어지고, 끼이고, 깔리고, 뒤집혀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이.
이 글은 논평이기 전에 저에 대한 고발이기도 합니다. 전태일 평전을 읽었을 때, 故 조세희 선생의 소설을 봤을 때, 故 김용균씨가 벨트에 끼어 숨졌을 때, SPC 참사가 있었을 때, 저는 그저 고인들의 명복을 빌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약하고 비겁했습니다. 수많은 김용균이 있었지만 현실이 너무 참혹하고 답답해 그런 사실을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김훈씨는 달랐습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합니다. 펜으로써 고발합니다. 단순히 고인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유사한 죽음이 유사한 패턴으로 반복되면 우린 그걸 '참사'라 합니다. 31살 박씨의 죽음으로 시작해 그런 참사를 꼬집습니다. 이 사회 '난장이'들이 살아가는 현실을.
글은 노골적입니다. '퍽, 퍽, 퍽.' 의성어가 등장합니다. 사람이 죽는 소리입니다. 역합니다. 그런데 생생합니다. 역하고 생생해서 더 슬픕니다. 대통령님, 총리님, 장관님, 국회의장님, 대법원장님, 검찰총장님을 부릅니다. 재벌 회장님, 전무님, 상무님까지 나옵니다. 정치공학자들과 기득권은 모릅니다. '난장이'들을 위한 선결조건이 안전이란 걸. 목숨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근로 환경이란 걸. '아이고아이고.' 마침내 김훈은 통곡합니다. 그들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이를 통해 전합니다. 외면하지 말라고. 강렬한 끝맺음입니다. 그가 통곡하는 소리에서 여운이 남습니다.
김훈씨, 당신이 퍽퍽퍽 소리를 들었을 때, 아이고 하며 통곡했을 때, 그때 당신은 어떤 기분으로 글을 썼나요. 그때 당신이 통곡하며 흘린 것은 땀이었나요, 눈물이었나요. 어쩌면 모두일 수도 있겠습니다. 나약한 저는 아직도 너무 비겁합니다. 땀을 흘리는 것도, 눈물을 흘리는 것도 힘듭니다. 그걸 참은 당신처럼 날카로운 글을 쓰지 못하겠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그것들을 이겨내고 글을 썼나요. 현실을 외면한 제 죄를 벌합니다.
(5.6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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