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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어느 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면, 그리고 죽음의 이유가 누군가로부터 살해당한 것이라면. 아마 난 기절 하거나 기절할 듯 울분을 토하며 살인을 저지른 그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네가 어디 감히 살아서 숨을 쉬고 있어? 너도 당장 죽어버려.'라고. 아니면 내가 그를 죽여버리겠다고 작정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간이길 저버린 인간에게 삶은 아깝다. 저런 사람을 왜 살려두나 싶은 기사를 너무 많이 봤다. '이게 나라냐?'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인간이길 포기한 사람들의 인권을 보호해 줄 필요는 없고 선량한 시민은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사형 제도에 반대한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사형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충분히 납득이 가고 일리 있는 얘기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첫 번째는 '왜 죽였나'에 대한 문제다. 이름만 들어도 치가 떨리는 범죄자들도 많다. 하지만 자신이나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저지른 살인이라면? 그래, 살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잘못이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렇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내리는 처벌 또한 죽음이 되어야 할까.
두 번째는 사형 제도를 집행하기 위해 누군가는 또 살인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일어난 살인은 과연 합당하다 말할 수 있는가. 애초에 옳고 그른 살인이 있을 수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사형을 집행해서 피의자가 사망한 들, 남은 사람들의 상실감을 보상할 수 있냐는 것이다. 가까운 이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감은 아마도 평생 지녀야 할 감정일 것이다. 피의자가 죽어서 세상을 떠난다 해도, 현실적인 보상이 주어져도, 진심이 담긴 위로와 격려를 잔뜩 받더라도 말이다. 그 상실감은 보상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그저 얼마만큼 무뎌지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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