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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득
군대를 다녀왔다. 나는 총 19개월을 복무했다. 전역했을 때 세상은 달라져있었다. 새로운 빌딩이 집 앞에 생겼고, 외곽엔 신도시가 완성돼있었다. 내가 알던 유행어들은 다 잊혀졌다. 대학에서 교류한 사람들 중 대다수가 졸업하거나 휴학했다. 그나마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의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다. 펜데믹이었다. 군생활 처음부터 끝까지 TV와 휴대폰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직접 나와 본 세상은, 너무나도 달랐다. 적응이 좀처럼 쉽지 않았다. 뒤따라 전역한 후임들과 연락하면, 이런 얘기가 오갔다. "막상 나와도 썩 좋지않네. 우리가 지금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냐?"
디지털기기를 쥐어주고 19개월만 통제해도 사회 적응이 어렵다. 형벌론적으로도 3년이상의 유기징역은 중형으로 분류된다. 그 사람이 사회에 돌아갔을 때,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형사재판의 피고인의 경우,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는 것이 보장된다. 하지만 살인 같은 악질적 범행을 저지르고 징역형을 선고 받는 케이스를 보고, 우리는 죄에 상응하지 못한 판결이라며 분개하곤 한다. 이때 동원되는 논리가 '응보'다. 일단 형벌체계가 감정에 좌우되선 아니되거니와 3년 이상의 감옥살이만 해도 당사자의 인생을 파탄내는 무거운 형벌이다.
물론 엄중한 형벌집행을 통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데이터는 반대의 의견을 제시한다. 징역을 비롯한 각종 형벌이 무거운 국가일수록 치안이 불안하다. 교화와 예방보다 응보에 더 집중하는 국가의 경우,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고, 복잡하며, 조직적이고, 잔혹하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이 그렇다. 그 반대에는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독일, 한국 등이 있다.
결국, 범죄자의 인권도 잘 지켜주는 나라가 선량한 시민의 인권도 잘 지켜지는 나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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