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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태어난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다. 꽤 골치가 아픈 문제다. 삶의 이유라고 이름 붙여진 것들이 너무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성공, 명예, 행복, 여행, 연인, 가족. 무수히 많은 것들. 이 문제에 대해 종종 고민하며 살다가 깨달았다. '아, 내가 만드는 거구나.' 그럼 내가 삶에서 커다랗다고 느끼는 순간들에는 뭐가 있을까. 자연스레 떠올려보게 되었다. 작은 일부터 시작해 볼까.
날씨가 좋을 때. 며칠 전부터 먹고 싶던 뿌링클을 드디어 먹을 때. 애정 하는 가수의 신보가 나왔을 때. 짬을 내서 간 카페의 사장님이 친절할 때. 내가 나 자신이 느끼기에도 떳떳하고 멋질 때. 혹은 그런 사람을 만나서 대화할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때. 가본 적 없는 도시를 여행할 때. 누군가 내 손을 잡거나 안아줄 때. 그 반대로 내가 그렇게 해줄 수 있을 때. 가족과 친구들의 일상에 당연한 듯 서로가 있을 때. 상처를 주고받을 때. 눈물이 도무지 멈추지 않을 때. 누군가의 얼굴을 꼼꼼히 바라볼 때.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볼 때에도.
이 외에도 얼마나 많은 순간이 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순간이 생겨날까. 나를 울고 웃게 하는 다수의 타인, 다수의 상황과 기꺼이 엮일 테니. 별것 아니면서도 별것 같은 나의 수많은 순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내가 무언가를 사랑할 힘이 있는 사람이라서 참 다행이고 괴롭고 눈물이 난다. 사랑할 힘을 내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사랑하며 사는 것. 나는 이걸 인간성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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