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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11월. 한기가 올라오는 시멘트 바닥. '바스락' 제법 쌀쌀해진 날씨에 밤새 떨었다. 그가 맞이하는 첫 겨울에 머릿속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바스락, 바스락' 몸을 움직일 때마다 어제 새로 마련한 이불에서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대구역 안에서 구한 신문지 일곱 장.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잠시 그것을 옆으로 밀어놓고 기지개를 폈다.
밤새 추위를 피하는 데 도움을 준 새 이불. 일곱 장의 신문지. 그것에 감사를 느꼈을까? 아니 그는 아무것도 떠올리지 않은 채 목적 없는 채비를 위해 역 안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6시. 아직 해가 뜨기 전. 주변은 고요하고 차가운 공기만이 함께였다. 언제 정리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엉키고 엉켜 덥수룩한 머리카락이 불이 꺼진 상가의 유리창에 선명하게 비쳐 보였다. 그의 직업에 어울리는 완벽한 몰골이었다. '피식' 이 정도로 눈을 가리고 있는데 선명하게 보인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왔다. 그다음으로는 옷이, 신발이 차례로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헌 옷 수거함에서 발굴한 것이다. "하하.." 이번엔 밖으로 웃음이 나왔다. 쓸모를 잃었지만 제법 쓸만한 보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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