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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왜 쓰는가?

글쓰기는 나를 빚는 과정이다. 귀가 후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쓴다. 하루 동안 흘려 보냈던 말들을 뒤져 일기장에 주워 담는다. 출처를 알 수 없었던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그제야 정체를 밝힌다. 그것들을 표현할 마땅한 단어를 찾으며 나는 나의 형상을 만들어 간다.

나는 왜 글을 잘 쓰고 싶은가?

글을 잘 쓰면 내가 의도한 방향대로 작품을 빚을 수 있다. 상상 속 작품의 도면이 현실에서 비슷하게 구현된다. 흐릿했던 형상을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다. 정돈된 문장으로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글쓰기는 생각을 동반한다. 생각 없이 써 내려갈 수는 없다. 글을 쓰며 나에 대해 생각하고 타인에 대해 생각한다. 우리의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더 나아가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질문의 답을 적어 내려가는 과정에서 나는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는 곧 타인을 이해할 공간을 넓히는 것과도 같다.

질문은 안에서 머물지 않고 바깥으로 뻗어나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나, 타인, 그리고 세상을 연결해 준다. 나는 더 연결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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