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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약점과 단점

요즘 느끼고 있는 나의 단점은 내가 동그라미 인간이라는 점이다. 보수적인 분위기였던 회사 밖으로 나오니 그놈의 뾰족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 개성이 너무도 뚜렷하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처음에는 흥미롭고 즐거웠다. 그런데 점점 자괴감이 드는 것이 아닌가. 이미 회사를 뛰쳐나왔는데 회사가 내 체질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자괴감.

나는 모난 구석이 딱히 없다. 어디든 튀지 않게 잘 스며들곤 한다. 눈에 띄어야만 성공한다는 이 세상에서 낙오되기 딱 좋은 존재다. 그러나 단점은 장점과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장점은 다른 곳에서 단점이 되기도 하고, 당연히 어떤 단점은 장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내 삶의 이유는 성공이 아니다. 그래서 그냥 동그라미 인간인 나를 좋아해 주기로 했다. 뾰족한 사람들이 넘쳐 나는 세상에서 나 같은 존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게 나의 개성이 되어줄지도 모를 일이다.

단점은 이렇게나 단점일 뿐이라서 나를 잡고 뒤흔들진 못한다. 하지만 약점이라면 말이 다르다.

오랜 시간, 이 마음을 증오라 믿어왔다. 사랑이라 절대 생각하지 못했던 건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미웠으니까.

엄마는 나를 감정뿐인 인간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녀는 날 너무 쉽게 화나게 하고 너무 쉽게 울게 한다. 그녀를 이해해 보려 얼마나 많은 일을 시도 했는지 아마 그녀 빼고 다 알 거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도록 안 맞는 사람을 한 명은 만난다던데, 하필 그게 엄마인 건 무척 괴로운 일이다.
미간이 잔뜩 찌푸려진 엄마 앞에서 나는 비명을 지르듯 자주 울었다. 하지만 그녀 앞이 아닌 곳에서도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그녀도 날 떠올리며 나만큼이나 눈물을 흘렸을까? 내가 아는 다른 엄마들이라면 그랬을 테지만 울 엄만 아닐 거다. 난 세상의 엄마들은 전부 자식이 1순위인 줄 알았다. 그걸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자꾸자꾸 상처를 받았다. 이제는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만큼 다양한 엄마들도 존재한다는 걸 알아서 덜 상처 받는다. 하지만 엄마를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아직도 어렵다. 엄마는 그저 엄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내게 늘 못 미더운 사람이다. 물가에 내놓은 것 같다. 나는 엄마를 너무 미워하면서도 잘못될까 걱정하느라 자주 속이 뒤집어진다. 어쩌면 우리 집 늦둥이 막내보다도 그녀를 더 걱정하는 것 같다. 그러다 멀지 않은 과거에 불현듯 깨달았다. 어쩐지 이거 사랑인 것 같다고. 내가 사랑을 잘 몰라서 착각하거나, 내 마음 편해지려 어여쁜 말로 포장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불현듯 깨닫게 되는 것도 너무 사랑 같았다. 절대 고백은 못 할.

내 최대 약점은 엄마다. 그녀는 나를 너무 약하게 만든다.

(6.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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