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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걸 준비했어, 이는 썩을 거야, 같은 글이 땡긴다. 나쁜 기분 따위 당이 부족하다는 허망한 이유에서 비롯되기도 하니까. 운동을 한다거나 배움을 쌓아서 해결할 수도 있겠다만 즉각적인 게 필요한 날이 있다.
나도 알아채지 못한 당 부족을 은근히 챙겨주는 글이 좋다. 최근 정세랑 작가의 소설 <이만큼 가까이>를 읽었다. 맑아서 부서지고, 서로 고운 가루를 묻히고, 밉게 털지 않는 존재들. 망가진 친구 여럿 중 그나마 덜 망가진 친구 하나만은 포실하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 양치만 잘하면 이 따위야 영원히 튼튼할 수 있다는 희망은 없다. 양치를 잘해야 하긴 하겠지만, 썩으면 뭐…. 치과 가고. 단 건 맛있잖아, 나눠 먹으면 더더욱.
믿는 세상이 또렷하게 눌러 담으면 단어와 문장에서 티가 날 수 밖에 없다. 누군가의 뒤집힌 속을 달래줄, 위로까진 못되더라도 당장 해갈에는 조금 보탬이 되는 그런 글을 주변에 둔다. 머리가 띵하게 아픈 초콜릿이나 제철에 나오는 때깔 좋은 과일도 좋지만, 이왕이면 정성스러우면 좋겠다. 보늬 밤 같은 거. 밤을 까고 졸이는 시간도 대단하고 발음도 귀여운 것이. 사실 나는 단 음식을 안 좋아하지만, 누구 입에서 달큼하게 굴러다닐 상상만 해도 세로토닌이 나오는 것 같다. 그러니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지금까지의 인생을 집약하는 단어가 ‘가까스로’가 아닐까, 가까스로 생각한다.
p37
악의란 것은 평소엔 잘 숨어 있으니까. 자세히 봐야 괴물 얼굴이 보이는 벽지 무늬처럼.
p225
못나면 못난 대로 살아 있어달라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p226
정세랑 소설, 이만큼 가까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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