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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저는 뚜렷한 취향이 없습니다.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무려 취향과 밀접한 업을 삼고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저는 노래를 듣고 부르기를 꽤나 즐기지만 뚜렷이 좋아하는 가수가 없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뚜렷이 좋아하는 감독, 배우가 없습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뚜렷이 좋아하는 커피 종류나 카페가 없습니다.

그런 저는 역시나 글을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좋아하는 책, 작가가 없습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사례라는 말에 짐짓 망설여졌습니다. ‘억지로라도 가공해서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지만 급조하려니 더더욱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솔직하게 저의 상태를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그렇다면 어떤 책, 어떤 글을 좋아하는 가?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을 어지럽게 캡쳐해 모아둔 메모장을 열러보았습니다. 몇바퀴 후루룩 읽다보니 흐릿하게나마 제가 좋아하는 글들은 이런게 아닐까 정리가 되어갔습니다.

저는 제 상황에서 필요했던 글들을 좋아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일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만 저는 그럴때 저의 오랜 친구인 산만함을 뚫어내고 몰입해 글을 읽어 나가는 듯 합니다.

이것을 글을 쓰는 입장으로 돌려보면 결국 본인의 진실된 마음을 고스란히 적어내야하는 것 같아요. 공감이란 결국 내가 진솔할수록 그 힘이 커진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결국 나는 글을 쓸 때 진솔하게 내 마음을 담아냈는가? 하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솔직하게 말할 순 없는 것 같습니다. 조금은 더 있어보이려하며 젠체하면서 글을 썼다에 가까운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전에 나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시간 자체를 많이 가져가지 못했었습니다.

이 모각글을 통해 김훈 작가님의 글과 말들을 들으며 많이 듣고 많이 읽어야 함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비단 다른 이들의 말과 글에 대함도 분명하겠지만 또한 내 안의 나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읽어야함도 포함된 것이라 생각해요.

결국 저는 다른 이들과 나 스스로를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그것이 저의 글쓰기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5.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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