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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졸여지는 과정은 애틋하다. 지난여름, 새롭게 생긴 취미가 있다면 잼을 끓이는 일이었다. 과일을 자르고, 설탕을 붓고, 물이 뜨거워지도록 팔팔 끓였다. 적당한 속도로 오래 저으며, 들끓어 오르는 일련의 과정을 가만히 지켜봤다. 수더분한 작업이었다.
한 팩에 만 오천 원가량 하는 딸기를 씻고, 꼭지를 자르고 물기를 제거하면서도, 집 앞 파리바게트에 딸기잼을 오천 원 가량에 손쉽게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잼을 끓였다. 잼이라는 응집된 무언가를 한 입 떠먹는 기분이 좋았다. 머리가 삐죽 솟을 만큼 달았고, 입을 게워 내고 싶어 몇 번이고 흰 우유를 먹으면서도 꿀떡 삼키게 되는 어떤 기억을 연상케 했다.
주는 사랑만 걱정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내 사랑은 자꾸만 초라해진다. 연인에게 바란 것이 거창한 일이 아니었다고 소리쳐도, 양갱 한 조각이 상대에게는 자그마한 간식이 아니었을지도 모를 테니까. 내가 느낀 서운함은 너의 부담감이 되고, 상대의 부담감은 나의 자책이 되어 이별로 귀결된다.
주는 만큼 마음을 돌려받지 못한다는 섭섭함과, 너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 것만 같은 죄책감은 돌림노래처럼 반복된다. 지나고 나면, 더 주지 못 한 것을 아쉬워하고 무엇을 받고자 했을까 자조한다. 결국 사랑이라는 막대한 순간 앞에서 요구하고 증명받으려 한 사사로운 감정들은 희미해지고, 한겨울 나눠마신 핫초코의 단 맛만이 입가에 맴돈다.
유독 오래 마음에 남아있던 글들이다. 유행가가 아닌 오래된 재즈를 듣는 듯한 담백함이 묻어 나와서일까. 투박함을 흉내 낸 세심한 손길이 느껴진다. 나의 글도 보는 이를 하여금 여리고 가장 순수했던 시절로 이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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