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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여전히 나를 미워하는 너에게.

안녕? 정말 질긴 악연이야. 너와 만난 그 해, 2008년. 그리고 우린 그 해에 싸웠지. 싸웠다는 표현이 맞는지도 모르겠어. 우린 그 일에 대해 한마디의 말도 나누지 않았으니깐. 다른 사람의 말만 들은 채 바로 무리에서 나를 따돌려버린 네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어. 조용했던 나. 그리고 친구가 많았던 재미있는 너. 하루아침에 난 왕따가 돼있었지. 그래, 난 억울했던 것 같아. 그렇게 반이 바뀌기 전까지 최악의 학교생활 반년. 그땐 친구가 삶의 전부잖아. 그런 청소년기에 큰 고통이었지. 혼자 다닌다는 건.

사실 지금의 내 삶엔 네가 그렇게 큰 부분이 아니어서 난 너를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어. 자그마치 16년이 지난걸? 우연히 만난 동창에게서 여전히 네가 날 욕하고 다닌단 말을 전해 들었어. 우와 정말? 묘했어. 이 감정을 뭐라고 표현할지 모르겠다. 16년간 나를 생각해 줬단 사실에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긴 시간 동안 한결같이 나를 미워하느라 힘들진 않았니? 여전히 난 네가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지 잘 모르겠어. 이젠 궁금하지도 않지만.. 이제 날 좀 놓아주면 안 될까? 우리 둘 다 미숙했으니까, 그냥 그랬던 해프닝으로 잊어주면 안 될까.

(3.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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