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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누군가를 흠씬 두들겨 패거나 누군가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싶던 날들. 한 사람만. 제발 한 사람만 걸리라며 무덤덤한 얼굴로 거리를 거닐고 있으면, 세상과 나의 거리감이 꽤 느껴졌었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지 말자고 다짐해도 그 때뿐. 선량한 시민으로 살기. 좋은 영향력을 전하기. 다른 사람의 사정을 헤아리기. 이런 마음으로 덮어봐도 그 때 뿐.
그때는 왜 그랬을까. 실제로는 아무도 패지도, 누군가에게 맞지도 않았으면서. 내가 그러지 않을 걸 내가 알고 있어서 더 바랐었나.
이런 일은 있었다. 밤의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디리다가 취객과 마주친 일. 나보다 마흔 살은 나이가 많아 보이던 그는 횡단보도 앞에 있던 풍선 인형을 발로 걷어찼다. 그래도 풍선 인형이 굳건하게 말랑흔들유연하게 복원되니 입간판을 발로 차서 넘어트렸다. 난 취객 가까이 다가가서 쓰러진 입간판을 세웠다. 취객과 눈이 마주쳤다. 피하지 않았다. 마주섰다. 말이 올라왔다. 삼켰다. 뭐하는 거냐. 대답 안 했다. 술 냄새 강하게 풍겼다. 불만있냐. 불교가 생각났다. 윤회. 이 사람은 전생에 뭐였을까. 벌레의 이름들 몇 떠올렸다. 신호가 바뀌고 취객이 고개를 숙였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을 빤히 봤다. 뚫리게. 돌아봐라. 돌아보면 달려가서 걷어차주마. 넘어지면 머리를 걷어차주마. 취객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신호 바뀌었다. 빨간색으로. 아웃. 아직 한 번이었다.
앞으로 내가 사람을 팰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없을 것이라는 예정은 얼마나 약한가. 충동은 얼마나 빡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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