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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며칠 전 친구가 한 말이 떠오른다.
“너는 무언갈 성취하고 나면 그걸 만끽하지 않고, 새로운 걸 또 찾아 나서는 것 같아.”
나는 괜히 찔렸다.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었다.

올 한 해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스스로를 보채고 괴롭혔던 시간이 많았다.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잘 느끼던 나는 어느새 행복의 역치가 높아져 맘놓고 쉽게 행복할 수 없었다. 일상 속 잔잔한 불행을 안고 살았다.

거슬러 올라가 봤다. 내가 도전했던 것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무슨 이유로 나의 시간을 할애했던 걸까.
대부분의 것들에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목적이 없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봤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것 하나가 보였다.
결국 내가 했던 것들은 내가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것 하나만을 피하기 위한 선택들이었단 걸 깨달았다. 내가 돌파하고자 한 큰 바위는 피한 채 그 주위 애꿎은 돌멩이들만 줍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뭘 해도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작은 성취는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럼 그 바위는 왜 피했을까. 나는 인정하기 두렵지만, 자신의 한계에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나의 초라한 모습을 보기 싫었다. 실패했을 때 느낄 그 좌절감, 절망감을 마주하기 싫어서 그 주위만 빙빙 돌고 있었다. 그런데 결국엔 그 바위가 나를 짓누르고 가버렸다.

삶에서 나에게 지는 날들도 분명 있다. 그런 날들이 지속된 게 올 한 해였다. 실패가 두려워, 의도 하지 않았던 곳에 많은 시간을 썼다. 실패를 마주하는 게 가장 큰 고통일 거라 생각했지만 가장 큰 실패는 시도하지도 않은 나를 보는 거였다. 도망친 곳에 천국은 없다는 그 흔한 문장이 이제야 와 닿는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의미 없는 동작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려 한다. 큰 바위를 움직이기 위한 워밍업이었다고, 큰 도약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고.나름 위로해 보려 한다.
그러면서 내년의 결심 하나를 적어본다.
의미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다면 피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겠다고.

(5.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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