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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친구들은 제가 다정한 사람이래요. 동료들은 따뜻한 사람이라 하고요. 순하다. 착하다. 다들 이런 말을 하던데, 하나도 와닿는 게 없었어요. 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거든요. 어디까지 솔직해야 하고, 어떤 주파수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라 감동을 줄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저는 상당히 예민한 기질을 갖고 태어났어요. 스트레스에 취약하죠. 스트레스의 대부분은 인간 때문이에요. 조금이라도 무례한 언행을 하면 짜증이 나요. 저 또한 누군가에겐 무례한 인간일 수 있는데 말이죠. 안 맞는 사람은 그저 나와 인연이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못해요. 속이 문드러져요. 오래전부터 생각했어요. 와, 내 마음에 문제가 있구나.
그걸 알면서도 부모님께는 차가운 말만 했어요. 오냐오냐 자라 그런 걸까요. 아님 천성이 막돼먹어 그런 걸까요. 히스테리를 부릴 때도 있었죠. 그렇게 선한 어머니와 몇 달 전 크게 싸우고 알았어요. 무언가 잘못됐다고.
이후 마음을 고쳐먹고 다정한 딸이 되기 위한 습관을 실천 중인데요. 아직 어려워요. 따뜻하게 말하기, 고향 자주 내려가기, 긍정적인 이야기만 하기… 남들에겐 잘만 하는 것들인데 왜 이리 쉽지 않을까요. 20년을 같이 살았는데 저는 대체 어떤 딸로 자라온 걸까요. 뒤늦게 후회하는 게 한심한데요. 어쩌겠나 싶어요.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최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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