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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해성사
나는 바보, 멍청이, 똥꾸. 기름이 다 떨어진 라이터. 알맹이 없는 볍씨. 긴장하면 손발에 땀을 쏟아내지. 나는 편드는 걸 못 해. 중립을 지키는 척하지만 그건 어느 쪽도 제대로 알지 못해서야.
나는 배려심이 많은 게 아니야. 그저 말을 얹기 귀찮은 거야. 무언가를 다투기 귀찮은 거야. 나의 모든 배려와 온정은 귀찮음에서 비롯됐어.
얼마 전에는 귀찮음에 매몰되어 나흘 동안 씻지 않았어. 계속 추웠고 또 우울했지. 사실 자주 그래. 털어놓고 싶지만 털어놓을 게 없었어. 얘길하고 싶어도 너무 심연의 것들이라 떠올릴 엄두가 안 나. 차근차근 조리있게 말하고 싶지만 얘기할 형편이 못 돼. 솔직함에도 형편이 따라주어야 한다는 걸 새삼 느낀다.
요샌 씻을 기운이라도 얻으려고 손톱부터 겨우 깎는다. 따각따각. 씻기라도 해야 바깥공기를 마실 생각이 든다. 또각또각. 알맹이 없는 글이라도 써내려고 애쓴다. 또박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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