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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눈 감는다. 숨을 들이마신다. 멈춘다. 고요. 머릿속 검은 화면을 응시. 걸리는 게 있는가. 깜깜한 방. 걸리는 것. 쓰레기봉지 하나. 두툼하다. 삐죽삐죽 튀어나왔다. 아주 못생겼다. 뜯는다. 뭐가 있나 본다. 이것저것 뒤엉켜있다. 마구 섥혀있다.
아까 먹은 스니커즈. 읽지 않은 책. 맛없는 샐러드. 점원의 불친절함. 불안. 친구의 예민한 눈초리. 복잡한 관계. 애증. 애틋한 마음. 연민. 게으름. 열등감. 온갖 지루한 것들. 아니 날쌘 것들. 삐죽삐죽한 것들.
막막하다. 어디 갖다 버릴 수도 없고. 분류는 어떻게 하나.
앉은 이상 삭인다. 애써 삭여본다. 숨을 다시 들이마신다. 멈추고. 내쉬어야 할 차례. 얹힌 것 같다. 괜히 폭식했다. 밥먹고 디저트는 왜. 매번 이런식이다. 겨울은 역시 변명의 계절.
숨을 뱉는다. 침 뱉듯이. 푸하. 하 하다가 퉤. 그냥 뱉어버릴까. 아까 주워먹은 스니커즈. 역시 괜히 먹었다. 명상은 개뿔. 까스활명수나 사러 가자.

(2.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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