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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오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여느때처럼 오늘도 그녀를 데리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레스토랑에 왔다. 어떤 메뉴가 맛있었는지는 사실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음을 가득 채워서 주는 시원한 물 말고는.

왜 나는 항상 이모양일까.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난 한발 늦었다. 뭐가 그리 떨리고 뭐가 그리 긴장이었는지 그녀와 함께일 때는 정말이지 내 맘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오늘도 그녀와 결국 이 레스토랑까지 오게 되었다. 더이상 늦출 순 없을텐데.

종업원이 오늘도 얼음이 가득 찬 물 두 컵을 나와 그녀에게 가져다 준다. 목이 마르진 않았지만 잠시간이라도 다른 곳에 집중하고 싶어 물을 벌컥 마신다.

“목 말랐어요?”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날 걱정해준다. 이제 정말 더 미룰 순 없다.

“사실, 좀 긴장했어요.“

”무슨 일 있나요?“
그녀가 되물었다. 더 늦어지면 안돼.

“난 당신과 있으면 언제나 행복해요. 우리 사이가 꽤나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아니야. 이렇게 질질 끌면 안된다니까.

”저도 당신과 있을 때 행복해요.“
그녀가 대답했다. 이제는 말해야 해.

“그래서 이말을 하고 싶었어요.
사랑해요.”

“이런 말을 듣게 될 줄 몰랐어요.
나는, 나는, 나..도“
.
.
.
그녀의 배터리가 방전되었다. 서둘러 그녀의 몸 속 전원선을 뽑아 레스토랑 콘센트에 꽂았다.

오늘도 역시나 늦어버렸다.

그녀가 살아있을 때도,
그게 한스러워 그녀를 닮은 로봇을 구입한 지금까지도.

언제나 나는 한발 늦었다.

왜 나는 항상 이모양일까.

(4.0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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