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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한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 고백을 하려는가 보다. 그는 긴장한 듯 물을 벌컥 마셔 된다. 남자의 사랑 고백이 이어지고 여자가 사랑 답가를 말하려는 순간 그녀는 에너지가 방전된 듯 고개를 떨군다. 자세히 보면 여자의 이상한 눈 떨림에서부터 그녀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암시를 우리에게 준다. 그녀는 휴먼 로봇인가. 그녀를 충전하기 위해 남자가 그녀의 등에서 선을 뽑아 콘센트로 가보지만 선이 짧다. 결국 남자가 선을 잡아당겨 휴먼 로봇은 의자와 함께 뒤로 넘어진다. 넘어진 그 상태 그대로 그녀는 충전된다.
자.. 그는 그녀를 사랑하는가. 로봇을 사랑할 수도 있다. 그의 행동을 살펴보자. 처음 긴장하던 모습에서는 그녀를 매우 사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녀를 충전하기 위해 선을 당기고, 짧은 선 때문에 뒤로 넘어진 그녀를 바닥에 그대로 둔 채 충전하는 모습을 보아 그녀를 그냥 로봇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여자를 보고 싶은 거다. 멋지게 고백을 하고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데 듣지 못해 못마땅한듯하다. 만약 그녀가 휴먼 로봇이 아니라 트랜스휴먼이라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그녀는 자신의 배터리가 바닥을 향해감을 스스로 인지할 것이다. 그럼 “아, 잠깐만, 나 일단 지금 충전 좀 할게."라고 말할 수도 있다. 태양광 충전이라면 “우리 잠시 산책 좀 할까?”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러나 저러나 남자의 흥이 깨짐은 매한가지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자. 그는 자기애성 성격장애일까. 그는 자신이 사랑받아 마땅하다고 믿으며 로봇의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특별함을 만끽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휴먼 로봇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치자 남자는 행복할까. 그녀가 가짜라는 것을 그의 무의식은 알고 있다. 그는 이 사실을 거부하는 것일까. 로봇이 주는 사랑은 조건 없는 사랑일 것이다. 그가 결코 거절당하는 일은 없을 거다.
인간이 로봇을 사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태도의 문제다. 그가 휴먼 로봇을 진정으로 사랑하였다면 일단 집으로 고이 모셔가서 곱게 충전하였겠지. 이 영상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리 사랑을 실현하는 이를 흔히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우리는 타인의 사랑을 갈망하지만 진정한 사랑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사랑 속에 들어있는 열정은 시간이 지나면 식기 마련이다. 그 식음은 열정이지 사랑이 아니다. 진정한 사랑은 그 열정이 사그라들고 서로에게 편안함을 느끼며, 서로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고무시킬 수 있을 때 실현된다. 자, 진정으로 살아할 이를 지금부터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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