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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드디어 오늘이다. 식당에 들어간다. 너와 마주 앉았다. 종업원이 물을 식탁 위에 놔둔다. 컵을 든다. 벌컥 마신다. 아 목이 바짝 마른다.
목 말랐어? 너가 묻는다.
나 사실 조금 떨려. 괜히 푸석한 손등을 쓰다듬으며 답한다.
무슨 일이야? 라고 되묻는 너. 손을 식탁 위에 올린다. 자연스레 네 손을 잡는다. 너의 눈을 바라본다. 그리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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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해.
너의 눈이 동그랗게 커진다. 내 귀도 커진다. 이어 나올 너의 뒷 말을 들으려고. 네 눈에 지진이 났다. 고개를 떨궜다.
젠장. 왜 하필 지금이야. 재빠르게 일어나 네 등 뒤 플러그를 꺼낸다. 코드 꽂는 곳도 멀리 있다. 무리하게 당겨 꽂는다. 그래서 네가 뒤로 넘어졌다. 넘어진 너를 지나쳐 자리에 앉았다. 컵을 들었다. 마실 물이 없다. 다시 내려 놓았다. 툭.
전날 밤 뭐했니. 충전할 정신이 없었니. 나와 보낼 시간이 중요치 않았던 거니. 이미 전원이 꺼진 네가 정신을 차릴 때까진 나의 속상함이 사그라들어야 한다. 난 그 말이 듣고 싶으니까.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말이라도 들어야겠다. 꺼내 보여달라고 하지 않을게.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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