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기까지 장장 1년 8개월이 걸렸다. 동그랗고 큰 눈, 적당히 높은 코, 새하얀 치아가 돋보이는 큰 입, 모든 게 상상했던 대로다.
날 보는 반짝이는 눈. 브라운 계열의 눈동자. 그 색의 이름은 시에나. 색상코드는 #A0522D. 역시 아름답다. 이 색상을 고르느라 얼마나 고심했던가. 여기에 눈꼬리를 살짝 올려 포인트를 준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었다.

"당신은 정말 완벽해. 이상형 그 자체야.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해."

그녀를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왔다. 그녀와 함께하는 모든 일상이 만족스러웠다. 나의 전부. 나의 기쁨. 나의 행복. 그녀가 나를 살게 한다.
고운 피부, 부드러운 속삭임. 마주앉은 그녀가 말한다. 나도 사랑해. 가지런한 치아 사이로 새어나오는 목소리. 마음에 쏙 든다.

"한 번 더 말해줄래?"

그녀의 입이 살짝 벌어지다 멈춘다. 단 한 가지 문제점. 따뜻했던 그녀의 손이 금세 차갑게 식는다.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나의 사랑이, 기쁨이, 행복이 또 꺼져버렸다.
그녀와의 데이트는 매번 4시간을 채 넘기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본다. 콘센트는 이미 만원이다.

'지잉.'
여러 테이블에서 동시에 울리는 진동소리.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열중해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개중에는 다급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휴대폰 화면에선 이와 같은 메시지가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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