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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럭 수집2
어릴 적 아빠는 10톤 트럭을 운전해서 전국을 다니는 운수업을 하셨습니다. 직업 특성상 집을 자주 비우셨고 아빠가 없는 시간만큼 우리는 어색했습니다. 또 전형적인 경상도 아빠는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거든요. 어린 저에겐 늘 어렵고 불편한 존재였죠.
어느 해 생일날, 아빠에게 마시마로(혹은 엽기토끼로 불렸던) 봉제 인형을 선물받았습니다. 제가 그것을 먼저 달라고 했는지 아니면 아빠가 우연히 그걸 보시곤 사 주신 건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지금 생각나는 건 그게 제가 기억하는 아빠에게 받은 가장 최초의 선물이라는 겁니다.
아빠가 건넨 마시마로 인형에서는 꽃향기가 났어요. 귀 부분은 철사가 들어있어 귀 모양을 제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고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그 선물이 어찌나 좋던지요. 겉으로 표현할 줄 모르는 아빠가 주신 최고의 사랑은 그 봉제 인형이 아니었을까요.
그때부터 마시마로 캐릭터는 제 최애가 됐어요. 그 당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이런 게 엄청 유행했거든요? 같은 영상을 몇 번이나 돌려봤는지 모르겠어요.
이제는 시간이 너무 흘러 꽃향기는 사라졌고요, 구부릴 수 있던 귀의 철사도 다 부서졌어요. 여러 번 세탁해도 오래된 특유의 꼬질함은 지워지지 않더군요. 그렇게 여전히 제 방 선반 한편에 소중히 올려져 있답니다.
메모 형식으로 심플하게 쓰지는 못했네요. ‘사랑’에 대한 경험을 머릿속에서 뒤적이다가 떠오른 것을 주절주절 써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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